기고

[월요칼럼]코로나 이후의 인류

이현훈 강원대 국제무역학과 교수 도국제도시훈련센터 원장

코로나19 팬데믹은 일생일대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서 세상을 바꾸고 있다. 일하는 방식, 공부하는 방식, 그리고 사는 방식이 '언택트(Untact)'와 '온택트(On-tact)'로 바뀌면서 4차 산업혁명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세계적인 전염병이 세상을 바꾼 것은 역사상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4세기 중반의 흑사병(페스트) 팬데믹은 당시 유럽의 중세 사회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흑사병이 일반인뿐만 아니라 수도사의 목숨까지 앗아 가면서 교회 중심 사회였던 중세 유럽은 과학과 예술을 발전시키며 인간 중심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인구가 감소하자 영주들은 농노 확보 경쟁에 나섰고 농노의 소득과 지위를 향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농노들의 소득이 많아지면서 소비가 촉진됐고, 높아진 임금 탓에 비용 감소를 위한 방법을 찾게 되면서 1차 산업혁명을 불러왔고 자본주의가 태동하게 됐다.

20세기 초반 제1차 세계대전 중에 발생했던 스페인독감 팬데믹도 사회를 획기적으로 바꿨다. 당시 팬데믹이 프랑스, 영국 등의 연합국 측보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에 더 많은 희생자를 내면서 연합국 측의 승리로 전쟁이 빨리 종결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경제적으로 스페인독감은 인구 감소에 따른 자본 집약적 산업의 발전을 가져왔다. 이른바 철강, 자동차, 전기 등으로 대표되는 2차 산업혁명을 가속화시켰다.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온라인 비즈니스와 교육을 가능케 하는 원격 서비스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영화 수요가 급증하고 원격의료 서비스도 세계 각국에서 일반화될 것이다. 이와 함께 정보 트래픽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기업들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디지털 플랫폼, e-비즈니스, 핀테크, 사물인터넷(IoT)에 이르는 디지털 기술과 로봇과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생산의 효율성을 깊이 인식하게 됐다. 이번 사태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기업들 간 경쟁과 국가들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사실 4차 산업혁명은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진행됐다. 피터 멘젤과 페이스 달루이시오는 2000년에 펴낸 '로보 사피엔스'에서 실제 생명체와 같은 지능 로봇 시대가 이미 시작됐으며 로봇과 인간이 하나의 생명체인 '로보 사피엔스(Robo Sapiens)'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2015년 2월 기사에서 스마트폰 없이는 살 수 없는 신인류에게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라는 이름을 붙였다. 세계적인 역사학자인 이스라엘의 유발 하라리는 7만 년의 역사를 거쳐 지구를 정복한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가 이제는 유전공학, 인공지능, 나노기술 혁명으로 신(Deus)의 영역이라 여겨지던 '불멸' 경지에까지 이르는 '호모 데우스(Homo Deus)'가 될 수도 있다고 예언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종식될 수 있겠지만 우리 삶은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 인류는 로보 사피엔스, 포노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로의 '진화'가 더욱 빨라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빅브라더가 출현할 수 있고, 능력이 향상된 초인간과 평범한 인간 사이의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이다. 인류의 진화가 인류에게 꼭 축복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 어느 때보다 인류의 현명한 선택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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