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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이혼'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와 이 회사의 마케팅 매니저였던 멜린다 게이츠는 1994년 사내 커플로 결혼했다. 멜린다는 1년간 데이트를 한 뒤 결혼을 할지, 헤어질지를 결정해야 할 때 빌이 침실 칠판에 결혼의 장점과 단점 목록을 빼곡히 적어 놓은 것을 발견해 웃음을 터뜨렸다고 당시를 회고하기도 했다. 부부는 27년간 세 자녀를 낳아 기르고 세계 최대의 자선재단인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공동 운영하며 왕성한 사회공헌과 기부활동을 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찬사를 받아 왔다. ▼지난해 2월 인스타그램에 멜린다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올리며 “더 좋은 파트너는 없을 것”이라고 했던 빌 게이츠와 멜린다가 4일 트위터에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결혼 생활을 끝내기로 결정했다고 알려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두 사람은 “우리 인생의 다음 단계에서 부부로서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며 결별 이유를 밝혔다. 부부의 재산 규모는 1,460억달러(약 164조원)로 세계 4위다. 많은 돈이 행복과 평화까지 가져다주지는 않았나 보다. ▼프랑스의 사상가 미셸 E 드 몽테뉴는 “결혼은 조롱(鳥籠)과 같다”면서 “안에 있는 새들은 밖으로 나가려고 애를 쓴다”고 했다. 지금 우리가 그렇지는 않은가. 프랑스 작가인 앙드레 모루와는 “행복한 결혼이란, 결혼의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결코 지루하지 않은 긴 대화를 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부부의 대화가 사라진다면 부부로서 함께 성장할 수도 없을 것이다. ▼가정의 달인 5월 서로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범처럼 여겨졌던 빌 게이츠 부부의 이혼 소식은 새삼 우리들의 가정을 되돌아보게 한다. 부부라고 하더라도 때론 모든 것을 훌훌 떨치고, 삶에 파묻혀 잊고 살았던 '자신'을 찾아 나서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코로나19 상황은 부부를 더 흔들 수도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부부간에 따뜻한 사랑과 위로가 필요해 보인다.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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