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강원의 혈관 국도를 살리자]춘천~홍천 맞닿은 작은 산골…잣으로 써 나가는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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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춘천 상걸2리 '하늘비 잣농장'

◇춘천시 동면 상걸2리는 56번 국도 옆에 위치한 산촌마을이다. 농업회사법인 하늘비(오른쪽 아래)는 마을 주민들의 소득 증대에 역할을 하고 있다. ◇상걸2리 김은실 이장(왼쪽)과 박문수씨 부부.

토종벌 농사 위해 귀향한 박문수씨

우연히 잣 유통에 관심 갖기 시작해

2017년 농업회사법인 '하늘비' 설립

이웃들과 함께 안정적 수입원 창출

이장 맡은 아내 “행복한 마을 꿈꿔”

춘천시 동면 상걸리는 홍천과 맞닿는 마을로 춘천의 외곽에 있다. 56번 국도 옆으로 들어선 마을은 꽃과 관련된 지명을 갖고 있다.

봄이면 온 산이 꽃으로 쌓여 꽃골이라 불리던 마을은 꽃골을 편한 대로 발음하다 보니 곡골로 됐다고 한다.

이 마을에서 태어난 박문수(53)씨가 우리 전통방식으로 꿀 농사를 짓겠다고 2000년 무작정 마을로 들어왔다.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은 토종벌 농사를 하기에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다. 벌을 늘려 가며 재미를 붙여가던 2009년 우리나라 전역을 토종벌 바이러스가 휩쓸었다. 토종벌낭충봉아부패병으로 불리는 바이러스는 토종벌, 즉 한봉(동양종꿀벌·Apis Cerana)에 발병하는 전염병이다.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고 예방과 치료 방법이 없어 토종벌이 80%가량 폐사돼 멸종위기에 처했다. 꿀을 생산하는 일은 가뭄, 폭우 등 자연의 영향을 크게 받아 하늘이 정해 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씨는 마을 주민들과 가을이면 잣을 따러 동행하면서 잣 유통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가평의 잣 공장으로 수매돼 판로가 안정적이지 않아 주민들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 수확철을 맞았다. 지역 농가 소득도 올리고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잣을 수확하고 가공하는 일체의 과정을 기업형 협동조합으로 만들어 시골마을의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하고 있다. 2017년 '하늘비 법인'이라는 이름으로 농업회사 법인을 만들어 잣을 가공하기 시작했다.

“첫해는 잣 생산량이 어마어마했어요. 힘들게 튼 거래처에서도 우리가 가져가는 잣을 다 처리하지 못할 정도였죠. 처음 해보는 일이니 얼마나 우여곡절이 많았겠어요? 그해는 또 비가 그렇게 많이 오더라고요. 1톤 트럭에 50~60개 실어 갔다가 퇴짜 맞고 돌아오기도 하고. 한마디로 일머리가 없었죠.”

지금은 1차 가공한 피잣의 90%는 가평으로 가고 10%는 백잣으로 가공해 하늘비법인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거의 온라인으로 판매되고 있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박문수씨의 아내 김은실(49)씨도 남편을 따라 마을과 인연을 맺었다.

“처음에는 시댁의 농사짓던 것을 이어 하고, 양봉을 주로 했었죠. 그때 토종벌 일지를 쓰면서 블로그를 시작했으니까. 주말 농장식으로 왔다 갔다 했어요.”

상걸2리는 귀촌가구 7가구와 원주민 가구 5가구 등 12가구가 오순도순 살고 있는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다.

하늘비가 마을에 정착하자 주민들은 각자의 집에 이름을 붙였다. 여울비, 사랑비, 하얀비, 단비, 다산비 등은 마을 주민들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2019년에는 시골에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꿀 뜨는 과정과 잣 까는 작업을 직접 해보는 체험장도 마련했다. 코로나19바이러스 여파로 휴관 상태이지만 산촌마을의 일상생활 과정인 잣 채취부터 탈각하는 과정까지 경험할 수 있다.

지난해 잣 수매량이 800가마 65톤 규모로 마을 소득을 주도하는 산촌마을 기업으로 성장했다. 바쁜 잣 공장 일에도 이장을 맡고 있는 김은실씨는 “상걸2리는 오랫동안 마을을 지키며 살아오신 어르신이 많으며 마을을 떠나지 않고 지역에서 소득을 만들고 서로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중간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귀촌한 가구가 절반이 넘을 정도로 새로운 마을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는 마을에 농업회사법인 '하늘비'는 마을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글·사진=김남덕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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