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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칼럼]'가사비송'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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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영 춘천지법 원주지원 부장판사

나는 이 글에서 현재 맡고 있는 여러 업무 중 가사비송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를 말하려 한다. 가사는 알겠는데 '비송'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하면 '소송(訴訟)'이 아닌 것을 '비송(非訟)'이라고 한다. 즉, 대립하는 당사자를 전제로 당사자 주도로 진행되는 재판이 아닌 법원이 후견적 입장에서 직권으로 심판하는 사건을 비송이라고 부른다. 혼인, 이혼, 친생자 등 관련 소송이 대표적인 가사소송 사건이라면 가족 간 부양,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친권자 및 양육자 변경, 양육비 및 면접교섭, 친권상실, 상속포기, 상속한정승인, 상속재산분할, 미성년자입양, 친양자입양, 성년후견, 실종선고, 성본변경 등이 가사비송 사건이다.

지난 1년 동안 다양한 가사비송 사건을 만나면서 나는 가사비송을 가사비송(悲訟), 즉 '슬픈 소송'이라고 느끼게 됐다. 예를 들면 황혼이혼을 당한 노부(父)가 이혼한 노모(母)에게 전 재산을 재산분할로 준 후 자녀들을 상대로 하는 부양료 청구, 이혼한 전처가 혼인기간 동안 신용불량자인 전남편 대신 많은 빚을 지게 됐다며 빚을 반으로 나누자고 하는 빚 분할 청구, 60대에 만나 20여년을 잘 살던 사실혼의 노부부가 노환으로 동거가 끝나자 일방이 하는 사실혼 파기에 따른 재산분할 청구, 새로운 남자를 만난다는 등의 이유로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서 전처를 상대로 하는 전남편의 자녀에 대한 친권자 및 양육자변경 청구 등이다.

또 코로나로 실직하게 됐으니 양육비를 줄여 달라는 비양육친의 양육친에 대한 양육비감액 청구, 교통사고로 갓 성년이 된 자녀가 죽자 사망보험금을 상속하게 된 비양육친인 전처를 상대로 하는 전남편의 과거양육비 청구, 자녀에게 부정적인 이야기를 했다는 등의 이유로 면접교섭을 거부하는 전처를 상대로 하는 전남편의 면접교섭 청구, 자녀를 학대했음을 이유로 하는 부모에 대한 친권상실 청구, 오랫동안 왕래하지 않던 노부가 요양원에서 사망하자 뒤늦게 사망사실을 알게 된 자녀가 하는 상속한정승인 청구, 공동상속인이 된 후처와 전처 자녀 사이의 상속재산분할 청구, 맞벌이하는 동생의 자녀인 조카를 입양하겠다는 이모의 미성년자입양 청구, 재혼한 처의 자녀를 친양자(입양 전 친족관계종료)로 입양하겠다는 현 남편의 친양자입양 청구와 이에 대해 양육비를 포기하면 친양자입양에 동의하겠다는 전남편의 청구도 있었다.

노부가 치매 등으로 판단력이 흐려져 재산을 처분한다는 등의 이유로 또는 자녀가 정신지체 등으로 과다한 통신비나 카드빚을 부담한다는 등의 이유로 하는 성년후견인선임 청구, 오래전 실종된 처를 기다리다 생의 마감을 앞두고 하는 남편의 처에 대한 실종선고 청구, 양육비도 주지 않고 면접교섭도 하지 않는 전남편의 성과 본 대신 모(母)인 자신의 성과 본으로 바꿔 달라는 자녀에 대한 성본변경 청구, 여러 번의 재혼으로 반복되는 자녀에 대한 현재 남편 성으로의 성본변경 청구, 출생신고를 한 부모로부터 친생자부존재확인 판결을 받고 가족관계증명서가 말소된 미성년자가 하는 성본창설 청구 등 비송(悲訟)의 예다.

우리가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어느 누구도 가사와 무관할 수는 없다. 근래 법원의 후견적 역할을 필요로 하는 가사비송 사건의 영역이 확대되면서 그에 따른 법원의 사건 증가도 뚜렷하다. 마지막으로 법원이 가사조사관을 둬 당사자의 사연을 듣고, 면접교섭센터를 설치해 면접교섭을 조율하는 등 여러 방면으로 가사사건 해결에 노력하고 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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