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박종홍칼럼]“말이 어려운 게 아니고 실행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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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본보 여론조사 대통령·지방의원 '잘못한다' 높아

오로지 당선이 전부인 정치인으로 남지 않으려면

남은 1년 '유종의 미' 거두는 의욕·열정 보여줘야

내년에 임기가 끝나는 대통령과 자치단체장, 지방의원에 대한 각종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강원일보도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강원도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825명을 대상으로 '강원도 정치현안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서는 '잘한다'는 응답이 36.0%(매우 잘함 13.0%, 잘하는 편 23.0%), '잘못한다'는 응답이 58.0%(매우 잘못함 33.5%, 잘못하는 편 24.5%)로 집계됐다.

감성적 판단 네거티브 키워

또한 도내 18곳 시장·군수에 대한 평가는 '잘한다(매우 잘함 7.5%·잘하는 편 38.2%)' 45.8%, '잘못한다(매우 잘못함 17.0%·잘못하는 편 26.2%)' 43.2%로 나타났다. 도내 지방의원들은 응답자 46.9%가 '잘못한다(매우 잘못함 15.8%·잘못하는 편 31.0%)', 35.3%가 '잘한다(매우 잘함 4.9%·잘하는 편 30.4%)'고 했다. 긍정적 평가보다는 부정적 평가가 더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대니얼 카너먼 교수는 확증편향(Cognitive Bias)이 인간이 내리는 주요한 판단 영역에 실제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확증편향은 사건이 벌어지면 논리적·분석적으로 생각하지 않고,그동안 자신이 품어 온 신념이나 편견으로 판단해 버린다는 게 골자다. 선거에서 후보를 선택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후보자의 공약이나 치적을 따지기 보다는 평소에 느꼈던 감성적 판단으로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이다. 선거에서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이 먹혀드는 것은 바로 이 확증편향 때문이라고 한다.

선입견을 내려놓고 지난 선거에서 우리의 선택을 되돌아보자. 패거리 정치, 진영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확증편향이 그 어느 때보다 더 크게 작용하지는 않았나 반성해야 한다. 혹시라도 자질이 부족한 후보 선택이 확증편향의 산물은 아니었는지 되새겨봐야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의 선택은 보다 신중해져야 할 것이다. 선거 때만 되면 회자됐던 우스갯소리가 있다. 한 정치인이 지방 도시를 찾아 열변을 토했다. “제가 당선되면 이 세상에서 가장 튼튼하고 아름다운 다리를 놓아드리겠습니다.” 술렁이는 청중 속에서 한 청년이 용감하게 외쳤다. “우리 고장에는 강이 없는데요?” 그러자 그 정치인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답변했다. “그러면 강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당선이 전부인 정치인에게 강을 놓아주겠다는 허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대선에 두 번 출마했던 허경영 후보는 결혼하면 1억원을,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1,0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외교관보다 연예인이 더 나라를 알린다. 주택이 없다면 주택을 지원해주고 아파트가 없으면 작은 평수라도 한 채씩 지원하겠다.” 연예인 생일에 10만원씩 주고, 생일케이크는 택배로 배달해 주겠다고도 했다. 1992년 대선에서 정주영 후보는 “경부고속도로를 복층으로 만들고, 아파트는 반값에 분양하겠다”고 공약해 논란이 됐다.

달콤한 말 뒤에 현주소는?

정권이나 현직 단체장, 의원 등에 대한 평가가 이어지면서 너도나도 달콤한 말들을 한다. 그동안 지키지 못한 공약은 빼놓은 채 공적을 자랑하기 바쁘다. 그것도 근사한 어귀로 잘 포장해서다. 귀에 솔깃하다. 듣다 보면 갑자기 우리나라가, 강원도가 크게 나아진 것 같다. 하지만 현주소는 어떤가. 이 모든 게 유권자의 기억력은 1주일을 가기 어렵다고 믿는 행태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저 '선거는 승자 독식'이라는 천박한 권력관에 사로잡혀 있는 탓이다. 오로지 다음 선거를 위해 강도 만들어 주겠다는 그런 정치인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유권자에게 보여줘야 하는 모습은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의욕과 열정이다. 조선 후기의 명군 정조는 “나라를 다스리는 도는 생각이 반이다. 하지만 말이 어려운 게 아니고, 실행이 어렵다”고 했다. 약속을 실천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1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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