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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고용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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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대가로 주어지는 소득은 삶을 지탱하는 뼈대다. 일하는 건 미덕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자리를 뺏어 가는 로봇, 인공지능(AI)을 나쁘다고 여긴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도 일자리 중 45%를 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다'(컨설팅 업체 맥킨지의 보고서)는 얘기까지 나온다. 자율주행차는 수많은 택시·버스기사의 일터를 앗아 간다. 그래서일까? 최악의 '고용 쇼크'가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가 기름을 부었다. ▼실업률, 취업자 통계 수치가 발표될 때마다 희망이 없다는 말들이 튀어나온다. 통계청이 올 1월13일 발표한 지난해의 고용동향 지표는 우려를 넘어 절망에 가깝다. 어제오늘의 현상이 아니지만, 이러다가 일자리 구하기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조차 사라지는 게 아닐지 걱정이 앞선다. ▼지난해 취업자는 2,690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21만8,000명이나 감소했다는 게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시장 상황이다.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8만7,000명) 이후 11년 만이지만, 1998년(-127만6,000명) 이래 22년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1984년의 오일쇼크, 2003년의 카드 대란 때와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취업자 수가 줄었다. 그동안 우려했던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악화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강원도의 실업 사태도 심상치 않다. 실업급여 지급액 규모가 올 1분기(1~3월)에만 1,000억원대를 웃돌며 사상 최대로 불어났다. 코로나19발 고용 쇼크로 실업자 양산이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지난 7일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강원도 내 실업급여 지급액은 지난해 4분기보다 238억원가량 증가한 1,046억6,683만원에 달했다. 이는 온라인 통계공시가 시작된 2009년 3분기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처음으로 1,000억원대를 넘어섰다. “어떤 복지를 얘기한들 일자리보다 나은 복지는 없다”고 했다. AI와 코로나19가 인간의 일자리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고 있다.

권혁순논설주간·hsgweon@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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