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발걸음조차 내 의지로 딛지 못하는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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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출신 정연수 시인 세 번째 시집 '여기가 막장이다'

탄광의 역사·노동자의 삶

그 속의 서러움과 부조리

직접 겪은 경험 시에 담아

“탄광촌 들어올 때도 누가 그렇게 등 떠밀더니만/ 나갈 때도 또 그렇게 등 떠밀린다/ 발걸음조차 내 의지로 딛지 못하는 땅/ 여기가 막장이다.”(여기가 막장이다 中)

탄광문학의 연구자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태백 출신 정연수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여기가 막장이다'를 펴냈다.

산업사회와 자본의 모순이 집약돼 있는 탄광의 역사, 노동자들의 열악한 삶을 시로 담아냈다.

시인은 광업소에 취직하는 꿈을 품고 태백기계공고에 합격, 높은 경쟁률을 뚫고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에 취직했다고 밝힌다. 퍽 일찍 꿈을 이뤘지만 그제야 서러움과 부조리를 알았다고 했다.

시인의 구체적인 경험들이 그렇게 시에 담겼고 더욱 감동을 준다.

시집에서 막장은 '한 해 이백오십 명씩 죽어 나가는 처절한 죽음의 현장, 희망을 위해 무거운 동발을 받치고 있는 마지막 희망의 보루, 낙타가시풀을 씹는 낙타의 입과 같으면서 가도 가도 끝없는 불가항력적 좌표'로 설명된다.

정 시인은 “산다는 건 늘 허물을 만드는 일인가 보다. 침묵과 외침의 때를 몰라 늘 어정쩡하게 살면서 허물을 제대로 들추지 못했다. 탄광촌에 대한 맹목적 애정만 지녔는데, 이 시집이 사람 도리 좀 시켜주면 좋겠다. 탄광은 문을 닫지만, 나는 시를 통해 그 문을 붙잡는 중”이라고 했다.

시인은 2012년 '다층'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1년 탄전문화연구소를 설립, 탄광이 빚은 삶을 문화영역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을 해 왔다.

시집으로 '꿈꾸는 폐광촌', '박물관 속의 도시', 산문집으로 '탄광촌 풍속 이야기', '탄광촌의 삶'등이 있다. 지난해 강원도 석탄산업유산 유네스코 등재추진위원회를 설립, 활동 중이다. 푸른사상 刊. 140쪽. 1만원.

이현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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