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 이렇게 좋을 수도 있나요.”
지난 3일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열린 평창대관령음악제 강원의 사계 직후 손열음 음악제 예술감독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귀다. 손 감독의 말대로 이날 공연은 진한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정선 출신 소프라노 홍혜란과 테너 최원휘 부부, 그의 멘토인 백혜선 피아니스트가 무대를 꾸몄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존경받는 백 피아니스트가 반주자로 나서 후배 성악가들과 호흡을 맞추는 흔치 않은 광경에 관객들은 더욱 큰 환호를 보냈다. 공연 중간중간 백 피아니스트가 두 후배와 눈을 맞추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날 세 예술가는 한국 가곡의 매력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첫 곡은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문단에 데뷔한 허림 시인의 '마중'에 윤학준 작곡가가 곡을 붙인 가곡이었다. 사랑이 너무 멀어 올 수 없다면 내가 가겠다는 마음이 소프라노 홍혜란의 목소리와 백 피아니스트의 멜로디로 관객들을 울렸다. 이어서 테너 최원휘가 들려준 곡은 서정주 시인의 시에 김주원 작곡가가 곡을 붙인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였다. '섭섭하지만 아주 섭섭한 게 아니라 좀 섭섭한 듯만 하게'라는 한국어의 섬세함이 느껴지는 곡.
김택수 작곡가의 '아리랑 연가'까지 정해진 프로그램이 끝나고 세 사람이 첫 앙코르곡으로 선곡한 작품도 한국 초연곡으로 김소월의 시, 김신 작곡의 '못잊어'였다.
공연 도중 마이크를 잡은 백 피아니스트는 “한국 가곡은 일제강점기부터 1970~1980년대까지 많이 작곡되다가 그 이후로는 우리 시를 바탕으로 한 곡을 많이 들어볼 수 없다. 오는 2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김소월 시인의 3개의 시를 주제로 김신 작곡가 위촉 초연곡을 선보일 예정인데 그중 한 곡”이라며 “앞으로도 한국 가곡이 많이 작곡되고 사랑받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정상의 한국 성악가 부부가 한국 가곡의 매력을 노래한 것이라 더욱 공감이 가고 감동이 되는 무대였다. 올해 강원의 사계 네 번째 공연이었던 이날 무대는 유튜브로도 중계, 큰 호응을 끌었다.
무대에 오른 세 사람의 공연은 28일 개막하는 제18회 평창대관령음악제 메인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있다. 백 피아니스트는 30일 '별' 공연에서 손열음 피아니스트와 함께하고 홍혜란과 최원휘는 다음 달 1일 '재생Ⅰ' 무대에 선다.
이현정기자 together@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