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내 아들·딸이니까' 지속되는 학대 참는 어르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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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 가정폭력의 답을 찾다] (중) 예방책 미미한 노인학대

강원도 내 코로나19로 인한 가정폭력이 노인에게까지 닿았다.

도내 노인폭력 신고건수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1,067건에서 2019년 1,109건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지난해에는 1,597건으로 크게 늘었다. 하루 평균 4.37건이 접수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2019년 기준 강원지역의 신고건수 접수는 전국 17개 광역 지자체 중 경기, 서울, 경북, 경남에 이어 5위에 올랐다. 노인 인구수 1,000명당 접수율은 3.7명으로 2위를 차지했다. 전국 평균 2.0명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지난해 노인학대 발생건수는 414건인 가운데 올해는 5월 말 기준 312건의 노인학대가 신고됐다. 그리고 이 중 130건이 학대 사례로 판정받았다. 노인학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부분이 가정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가정 내 사례가 312건(75.4%)이었으며 올해는 105건(80.8%)을 차지했다. 배우자와 아들, 며느리 등 친족에 의한 학대도 지난해 298건, 올해 99건에 달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가족과 공유하는 시간이 늘면서 학대 빈도수가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가정에서 발생하는 노인학대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례가 더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해자 대부분이 가족으로, 처벌을 원치 않는 노인들이 학대를 참는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해 도내 모 지역에서는 아들의 지속적인 폭력을 보다 못한 마을 주민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다. 그러나 노모 A씨는 혼자 남겨진 아들을 염려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학대사례로 판정된 노인은 머무를 곳도 마땅치 않다. 도내 학대피해노인전용쉼터는 단 한 곳으로, 정원 역시 6명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학대 피해 노인들이 또다시 가정으로 돌아가야 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자녀들에게 방임, 유기된 노인은 이마저도 어렵다. 쉼터와 찜질방을 전전하고 있는 B씨는 3년 전 집과 텃밭을 팔아 딸의 생계를 보태줬으나 약속했던 노후를 보장받지 못했다. 딸이 매매대금을 가로챈 뒤 B씨 몰래 이사를 감행, 전화번호도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노인학대 예방을 위해 각종 법안을 내놓고 있다. 실제 노인보호전문기관이나 사법경찰이 학대 피해 노인을 응급조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노인복지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2일 기준 노인 관련 법안이 68개(철회 미포함)이며, 21대 국회 이후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개정안과 노인복지법 개정안 등에 불과하다.

도의회는 더욱 심각하다. 10대 의회에서 발의된 노인 관련 법안은 고령 농업인 영농 지원, 고령친화산업 육성 등을 제외하고 전무하다. 일자리와 관련해 일부 노인을 대상으로 한 조례가 발의되긴 했으나, 노인복지 개선을 위한 움직임은 찾을 수 없었다.

이만규 도노인보호전문기관장은 “노인학대 중 기관 행위자가 많은 것은 학대 발생 시 기관 종사자 전체가 학대 행위자로 판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대부분은 가정에서 일어나는 만큼 노인학대를 처벌할 수 있는 법률과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제도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수빈기자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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