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강원의 혈관 국도를 살리자]국도 56호선 종착지 한적한 해변 맞닿은 쪽빛 가득 ‘책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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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양양 북분리 ‘파란책방'

◇양양 북분리 파란책방. 편안하게 책을 읽으며 해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파란책방 내부 모습, 파란책방 바로 옆 야외 스크린 무대 파란극장. 양양=신세희기자

푸른 바다와 소나무숲 사이 ‘무인책방' 피서객·주민 힐링 공간

이현승 감독 지난해 꾸며…솔밭엔 영화 볼 수 있는 ‘파란극장'

해변 바라보며 ‘물멍' ‘책멍'…이웃들과 책방 만들 수 있어 행복

철원에서 시작해 강원도를 가로지르는 국도 56호선이 끝나는 양양.

양양 북분리해수욕장에는 신비한 매력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파란책방'이 있다. 아직 해수욕장 개장 전이던 지난달 말 이곳을 찾았다. 해수욕장 입구에 도착해 왼편에는 파란 바다, 오른편에는 우거진 소나무 숲을 끼고 5분 정도 걸으니 해수욕장 끄트머리에 책방이 나왔다.

파란책방은 북분리 주민이 된 이현승 영화감독이 운영하고 있는 무인책방이다. 해양수산부가 최근 발표한 ‘한적한 해수욕장 전국 50개소'에 포함된 북분리해수욕장에서 눈에 띄는 문화공간으로 새로운 에너지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장소다. 소나무숲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파란책방은 방문객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파란색을 좋아하는 이 감독의 손길이 닿은 책방 곳곳은 파랗게 꾸며져 있었다. 파란색 서핑보드로 만든 의자, 파라솔, 고래 인형과 슬리퍼, 펜까지 책방 곳곳 파란 물품을 찾는 재미도 쏠쏠했다.

무엇보다 파란책방의 매력 요소는 방문객들이 어디서든 앉아 1,000권이 넘는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9.9㎡(3평) 남짓한 파란책방 공간의 내부 의자에 앉아 책을 봐도 좋고, 책방 앞에 펼쳐놓은 파라솔 아래나 푹신한 소파에 마음껏 앉아도 됐다. 책방 앞으로 드넓게 펼쳐진 모래 해변에 앉아서도 책을 읽을 수 있어 감성을 채우기 충분했다.

무인책방으로 운영되는 파란책방에는 투명한 플라스틱 상자가 놓여 있었다. 책을 사고 싶은 마음이 들면 이곳에 돈을 두고 가면 됐다. 운영 유지비를 제외한 모든 수익은 양양군 소외계층 청소년의 문화활동비로 쓰인다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영화 ‘그대 안의 블루'와 ‘시월애' 등을 연출한 이현승 감독은 4년 전 양양에 정착했다. 서핑을 좋아해 이전부터 수시로 양양을 드나들었던 그는 우연히 식당에서 강원일보의 ‘아기 울음 대신 곡소리 더 많이 들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고 완전한 정착을 결심했다. 이어 양양 현남면 북분리에 터를 잡았고 서핑을 주제로 한 영화 ‘죽도 서핑 다이어리'도 제작했다. 인구해변 근처에 중고책방을 만들었다가 지난해 책방을 북분리로 이전했다.

이날 책방 옆 북분 솔밭야영장에서 만난 함종천 북분리장은 “북분리 주민으로 열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현승 감독의 열정으로 북분리가 활기를 띠고 있다. 해변에 방송을 내보낼 때 캠핑장 D구역에 가 보면 파란책방이 있다고 홍보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피서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기는 하지만 주민들에게도 쉼을 주는 좋은 문화공간”이라고 했다.

파란책방 바로 옆 솔밭에는 영화를 볼 수 있는 야외 스크린 무대인 ‘파란극장'도 조성돼 있었다. 지난 10일에는 북분리해수욕장 개장을 기념해 무료 영화 상영회가 열려 주민들과 피서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현승 감독을 주축으로 다음 달 27일부터 북분해변과 죽도해변에서 양양 그랑블루 페스티벌도 분산 개최될 예정이다.

파란책방은 지난 9일 북분리해수욕장 개장을 기념하며 닫았던 문을 열었다가 현재 코로나19 확산으로 잠시 문을 닫고 있는 상태다. 이 감독은 “예전부터 책방을 운영하는 것이 꿈이었는데 북분리 이웃들과 힘을 합해 책방을 만들 수 있어 행복하다. 찾는 분들이 해변을 보면서 ‘물멍'하는 것에 이어 ‘책멍'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용하면 좋겠다”며 “코로나19로 잠시 쉬고 있지만 상황이 호전되면 문을 활짝 열고 북토크, 상영회도 다양하게 열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양양=이현정기자 together@kwnews.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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