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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코로나 블루'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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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원 강원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강원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장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덮고 있고, 전 세계적인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델타 변이와 돌파감염 등으로 감염 추세가 좀처럼 수그러들고 있지 않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1년 반째 지속 중이며, 단기간의 집중적 사회적 거리두기만으로는 좀처럼 확진자 수가 줄어들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두는 스트레스의 증가를 장기간 경험하고 있으며, 부정적인 감정을 좀처럼 떨쳐내기 힘들어하고 있 다.

지난해부터 신문지상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로 소위 ‘코로나 블루'가 있다. 정식 학술용어는 아니며 주로 한국에서만 쓰이는 일종의 신조어인데, 말뜻을 살펴보면 이렇다. ‘블루'는 사전적으로 단순히 색채의 이름만 지칭하는 건 아니고, 뭔가 기분이 슬프고 우울하거나 저조한, 그러나 그 기분이 우울증에서처럼 심하지 않은 상태를 지칭할 때도 사용한다. ‘코로나 블루'에 대한 정식 학술용어는 아마도 코로나19에 의한 심리적 곤란(Psychological distress) 정도가 될 듯하다.

현 상황에서 보통 사람들이 겪는 심리적인 곤란에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현재처럼 스트레스가 높은 상황에도 심리적인 균형을 잘 유지하고, 별다른 문제를 나타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일부 취약한 집단은 주의할 만하다. 예를 들면 정신건강상의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임산부, 유학생을 비롯한 이주민 및 노동자, 일상생활의 단절을 경험하는 여러 시설 및 기관 입소자, 감염병의 현장에 있는 의료진 및 실제 코로나19를 앓은 환자와 가족에게서 심리적인 곤란은 더 자주 나타난다. 주로 나타나는 심리적인 곤란은 불안, 공포, 우울, 좌절, 외로움, 분노, 지루함, 일상생활에서의 회피 등 정서적 곤란, 방어적인 반응, 비적응적인 행동 등을 포함한다. 이미 지난 1년 반의 경험에서 우리는 감염자 수 증가에 따른 공포, 생활의 곤란에 따른 걱정, 백신에 대한 불신, 정치권 및 정부에 대한 원망과 분노 등을 경험해 오지 않았는가. 이런 심리적 곤란이 정도가 심할 경우 적응장애, 우울증,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공황장애·범불안장애·특수공포증 등을 포함한 다수의 불안장애 등으로 진행할 수 있다.

최근 영국의 연구에서 수년간 매년 설문을 통해 정서적 곤란 여부를 조사한 결과 2014년부터 2019년까지는 일반 인구의 16.7~18.9% 정도에서 정서적 곤란이 나타난 반면, 2020년 조사 결과 27.3%를 기록했다. 즉, 평소에 비해 정서적 곤란을 경험하는 사람의 비율이 코로나19 기간 동안 50% 늘어난 셈이다. 일반 인구에서 이런 정서적 곤란은 여성, 40세 이하 성인, 평소 스스로 지각하는 건강 상태가 불량한 경우 자주 나타나며, 거주지역의 감염자 수 및 교육 정도는 양극단 집단에서 자주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코로나 블루'에 대한 대비책으로는 우선 긴장 상태에서 심신을 이완시키는 다양한 생활 방식을 추천하고 싶다. 짧게 자주 쉬면서 복잡한 생각을 멈추거나 정리하고, 스트레칭 및 요가·음악감상·이전에 하지 않았던 취미 등에 몰두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또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할 수 있는 타인과의 교감이나 신체활동 및 운동 방법을 개발할 것을 권장한다. 규칙적인 식사와 충분한 수면은 가장 기본적인 것 중 하나다. 이러한 개별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인 위기를 경험할 때에는 전화번호 1577-0199를 통한 위기 상담 또는 거주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을 통해 현 상황에 대해 객관적이고 유용한 정보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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