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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여름휴가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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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하면 늘 농업·농촌이 떠오른다. ‘휴(休)'라는 한자도 사람이 나무에 기대고 있는 형상이라 농촌 분위기를 자아낸다. 휴가의 기원설로 알려진 ‘윌리엄 이야기'에도 농사 관련 사연이 담겨 있다. 11세기 ‘정복왕' 윌리엄 1세가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의 포도 수확을 돕도록 병사들에게 휴식을 주면서 휴가가 시작됐다는 설이다. 군 생활을 해 본 사람, 특히 사병으로 복무한 사람은 대부분 휴가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잘 안다. ▼우리나라에도 유사한 기록들이 있다. 삼국 시대부터 왕은 농사 준비로 바쁜 시기에 관리들에게 하루씩의 휴가를 하사했다. 고려와 조선 시대에도 농업과 관련된 입춘, 춘분, 단오, 삼복, 칠석 땐 휴가가 주어졌다. 세종·성종 때는 집현전과 홍문관 관리들에게 독서를 위해 휴가를 주는 ‘사가독서(賜暇讀書)제'를 시행했다. 임금이 신하들에게 내린 ‘독서 휴가'였다. “(…)각각 직무로 인하여 아침저녁으로 독서에 전심할 겨를이 없으니, 지금부터는 본전(本殿)에 출근하지 말고 집에서 전심으로 글을 읽어 성과를 나타내어 내 뜻에 맞게 하고 (…).” 세종실록 1426년 12월11일자에 기록돼 있는 어명(御命)이다. ▼사가독서는 권채, 신석견, 남수문 등을 집에 보내 3개월간 독서를 하면서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것에서 비롯됐다. 처음에는 집으로 보냈다가 이후에는 북한산의 진관사(津寬寺)를 사가독서를 하는 장소로 활용했다. 비용을 대준 것은 물론 음식과 옷까지 내렸다. 여름철 폭서기 때도 그랬을 것이라고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살아가는 모습이 다르듯이 휴가를 즐기는 방식도 지금보다 더 다양해져야 한다. ‘코로나 시국'이라 더욱 그렇다. 생각해 보니 남들 같은 여름휴가를 가 본 적이 언제였는지 가물가물하다. 휴가철이다. 잠시 멈추고 우리가 왜 일을 해 먹고사는지 물음에 답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이번 휴가엔 휴대전화도 손에서 놓고, SNS도 쉬고, 사진으로 찍고 올리기보다는 마음으로 보고 느끼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권혁순논설주간·hsgw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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