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숙소 새로 짓고 식비 미리 줬는데…두달만에 자취감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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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외국인 근로자들

◇지난 17일 찾은 양구군 해안면 월산리 S사과 농장의 외국인 계절근로자 숙소. 이 농장은 올 7월 우즈베키스탄 출신 계절근로자들이 무단이탈해 1개월간 인력 공백이 발생했다.

2명 배정받은 양구지역 농장서

계약기간 절반 못채우고 이탈

출하작업 지연 매출에 큰 차질

농민들 “피해 호소할 곳도 없어”

지난 17일 양구군 해안면 월산리의 S 농장. 사과밭 옆에 28㎡(8.5평) 규모의 가건물 농막이 있었다. 실내에는 산 지 얼마 안 되는 TV, 냉장고, 밥솥 등이 있었다. 이근우(54) 대표가 올해 초에 2,000만여원을 들여 만든 외국인 계절근로자용 숙소였다. 이 대표가 이런 ‘투자'를 결정한 이유는 딱 한 가지, 안정적인 인력 확보였다.

2만3,140㎡(7,000평) 규모로 사과 농사를 짓는 그는 “인력사무소를 통해 일용직 근로자를 구하는 게 매년 점점 힘들어졌고 스트레스가 심했다”며 “계절근로자를 고용하면 적어도 5개월은 안정적이겠구나 싶어 숙소를 짓고 올 5월에 2명을 배정받았다”고 말했다.

40대 안팎의 우즈베키스탄 출신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은 농사 경험이 전무했다. 한 명은 건축업자였고, 다른 한 명은 가구제조업 종사자 출신이었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농사일은 배우면서 하면 된다”며 인터넷으로 작업복까지 사다주며 챙겼다.

하지만 그의 기대는 채 2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이들은 7월 초 휴일 오전 어딘가 다녀오겠다며 나간 뒤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계약 기간 5개월 중 2개월만 일하고 사라진 것이다. 식비(1인당 25만원)도 월초에 선지급한 직후였다.

이 대표는 이들의 무단이탈이 계획적, 조직적이었다고 보고 있었다. 그는 “특정일을 휴일로 해 달라기에 허락했는데 그날 사라졌고, 다른 농가에서도 같은 날 무더기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 무단이탈로 이 대표는 7월 한 달간은 혼자 일했다. 군청에서 우즈베키스탄 출신 2명을 다시 배정해 주기까지 한 달이 걸렸다. 당시 사과는 수확철은 아니었지만 토마토 농가들은 곧바로 손실을 입었다. 매일 출하작업이 이뤄져야 하지만 인력이 없어 매출에 차질을 빚었다.

이번 사태로 흔들린 것은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에 대한 신뢰였다.

이근우 대표는 “제도를 믿고 숙박 시설에 투자했는데 문제가 발생하면 농가는 어디에도 피해를 호소할 곳이 없다”고 토로했다. 강원도가 이번 사태의 해결책으로 지난 9일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 신축' 등을 발표한 데 대해서는 “문제의 핵심은 숙박시설이 아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신하림기자 peace@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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