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계약금 날릴판” 실수요자 옥죄는 전세 대출규제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도내 아파트 매매가가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춘천지역의 신축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1,300만원을 넘어서며 지역 내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12일 춘천시 온의동의 한 부동산에 최대 6억원을 웃도는 아파트 매매가가 게시돼 있다. 박승선기자

전세대출 받는 이용자 98% 이상 ‘실제 주택 계약' 목적 불구

‘늘어난 유동성 집값 상승 부추겨' 신규 취급 중단·제한 패닉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맞춰 시중은행들이 전세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전세 실수요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대출 규제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기 때문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전세대출을 중단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올 8월부터 전세대출을 포함해 모든 가계 담보대출 신규 취급을 중단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전세자금 대출 한도를 계약 갱신 시 전셋값 증액 범위 내로 축소했다. 임차보증금이 4억원에서 6억원으로 오른 경우 기존에는 보증금의 80%인 4억8,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했으나 이제는 증액된 액수 내로 한도가 낮아졌다. 하나은행도 15일부터 이같은 방식의 규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 같은 은행 규제에 실수요자들의 대출이 번번이 막히고 있다. 전세 계약을 준비 중인 김모(27·원주)씨는 “전세 계약 후 보증금 대출을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주택도시기금 대출 외에는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주택도시기금 대출 심사에서 탈락하면 그대로 계약금을 날릴 판”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피해가 잇따르며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을 규제하지 말아주세요'라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청원인은 “가뜩이나 올라버린 집값에 빌려야 하는 금액은 늘어났는데 갑자기 대출을 막아버리면 어떻게 하냐”며 “실수요자를 구분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실제 전세대출을 받는 이용자의 98% 이상은 주택 계약을 목적으로 하는 실수요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8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119조9,670억원이었다. 이 중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한 생활안정자금 대출은 1.94%인 2조3,235억원에 불과했으며, 98.1%는 실제 전세 계약을 위한 실수요 대출이었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전세대출을 줄이고 나선 것은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해서다. 앞서 금융 당국은 늘어난 유동성이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판단, 은행들에 올해 가계대출 연증가액을 전년 대비 5~6% 수준으로 제한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벌써부터 연증가액이 해당 수치를 웃도는 은행들이 나오면서 전세대출로 규제가 번지고 있는 것이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을 규제한다고 해도 현재와 같은 저금리, 고유동성 상태에선 집값이 당장 억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금리변동이 유의미한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아기자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강원의 역사展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