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 전 가족과 함께 고성 정착
파도서 영감 얻어 ‘명상Ⅰ' 작곡
시대 반영한 곡 쓰자 신념 지녀
나만의 색깔 가진 음악인 될 것
“고성의 파도는 내 음악의 원천입니다.”
지난 9일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평창대관령음악제 강원의 사계'의 일환으로 무대를 선보인 손일훈(31) 작곡가의 이야기다.
강릉이 외가인 손 작곡가는 가족을 따라 5년 전부터 고성에 정착해 음악활동하고 있다. 그는 “자작도해변을 산책하기도 하고 집에서 작업할 때도 창문을 열어두면서 늘 파도 소리를 듣는다. 멀리서, 가까이서 들을 때와 비오는 날, 맑는 날 들을 때 매번 달라지는 파도의 주기가 음악의 구간을 떠올리게 한다”며 “변화가 빠르지 않고 천천히 흘러가는 고성에 있으니 마음이 늘 편안해 음악적으로도 큰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그가 파도에 영감을 얻어 만든 곡 ‘명상(Meditation)Ⅰ'은 이날 앙상블 클럽M에 의해 연주됐다. 곡의 느린 부분에서 그의 말처럼 잔잔한 파도가 느껴졌다.
그는 중학교 시절 재능을 알아봐 준 선생님 덕에 음악에 흥미를 가졌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네덜란드 헤이그 왕립음악원을 거쳐 작곡가의 길을 걷고 있다. 이날 무대에 첫 번째로 오른 그의 곡은 ‘스무고개'였다.
그는 “연주자와 관객이 어떻게 모두 흥미롭게 들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일관성은 있으면서 매번 새로운 음악이 나올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2014년 유학을 가자마자 물갈이를 겪고 격리생활을 했다. 웃고 싶어 예능을 보고 게임을 했는데, 게임을 음악으로 바꿀 수 없을까 생각이 스쳤다”고 말했다. 그렇게 나온 ‘스무고개'는 짜여진 각본이 아니라 게임의 규칙을 통해 두 명의 피아니스트가 음을 맞추고, 그 행위가 음악이 되는 곡이다. 피아니스트 사이의 승부욕도 엿볼 수 있어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그는 앙상블 클럽M 상주작곡가로도 활동한다. 2017년 피아니스트 김재원이 주축이 돼 정상급 연주자들로 결성됐다. 손 작곡가는 “악기 구성이 다양해 이들에게 맞는 작품을 쓰고 있다”며 “작곡가로서 우리 시대를 반영하는 곡을 쓰겠다는 신념이 있다. 명상Ⅱ에는 민간 우주여행을 가는 이 시대에 달에서 지구로 돌아오는 여정을 담고 싶었다”고 했다.
꿈을 묻는 말에 손일훈 작곡가는 “유명해지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저만의 색깔을 가진 아티스트로 음악생활을 이어가고 싶다”며 “학교를 너무나 사랑했지만 불만도 많았다. 원대하지만 음악 외의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하도록 하는, 전문적인 음악학교를 세우고 싶다는 꿈도 있다”고 밝혔다.
이현정기자 together@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