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제3회 강릉국제영화제]고통받는 여성·인종문제·사회적 약자들 ‘클로즈업'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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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문학·마스터즈&뉴커머즈' 섹션

◇폴 베키알리 '앙코르', 부부 강간 문제를 다룬 '아니타', 북아메리카 토착민들의 저항 운동을 그린 '리보리오', 페렉이 자신의 소설을 영화화한 '잠자는 남자', 프랑스 소설 원작인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두 여성의 우정과 연대를 다룬 '패션 피쉬', 기억과 연대가 가지는 힘 '우리가 심은 씨앗'.

제3회 강릉국제영화제는 영화와 문학, 마스터즈&뉴커머즈, 프리미어 기프, 클래식 기프, 패밀리 기프 등 5개의 섹션을 다시 15개 서브 섹션으로 세분화해 영화를 선보인다.

강릉 출신 조선의 천재 작가 허난설헌

현모양처 상징 신사임당 삶에서 착안

‘여성은 쓰고 영화는 기억…' 섹션 눈길

현대 佛 문학 대표 작가 ‘조르주 페렉'

직접 연출한 작품 통해 그의 실험 이해

영화-원작의 관계 되짚어보는 시간도

미국 독립영화 거장 ‘존 세일즈' 비롯

시대 앞서간 노장 감독 ‘폴 베키알리'

제3세계 신진 감독들의 통찰력 엿봐

# 섹션1-영화와 문학(Cinema&Literature):영화제의 고유한 빛깔이 선명히 드러나는 섹션으로 ‘조르주 페렉의 영화 사용법', ‘여성은 쓰고 영화는 기억한다', ‘원작의 발견' 이렇게 세 개의 서브 섹션으로 구성된다.

△조르주 페렉의 영화 사용법

조르주 페렉은 현대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소설과 시, 희곡, 시나리오,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전방위적인 글쓰기 작업을 펼쳤고, 도전적인 실험 정신과 탁월한 언어 감각, 풍요로운 서사, 섬세한 감수성 등을 고루 보여줬다. ‘세리 누와르'에서 시나리오를 맡았고, 기록영화 ‘배회의 장소들'은 직접 연출을 맡았으며, ‘잠자는 남자'는 자신이 쓴 소설을 다시 영화화한 것인데, 베르나르 케이잔과 공동 연출을 맡아 ‘장비고상'을 수상하는 등 커다란 주목을 받는다. 이번에 소개되는 페렉의 영화들은 그의 문학 세계뿐 아니라 언어와 영상에 대한 그만의 새로운 실험과 탐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길잡이가 돼 줄 것이다.

△여성은 쓰고 영화는 기억한다

강릉 출신으로 조선이 낳은 천재 작가 허난설헌과 흔히 현모양처의 상징인 신사임당의 삶에서 착안한 서브 섹션.

여성의 사회 진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부부 강간의 문제를 다룬 인도 영화 ‘아니타', 한 자녀 정책과 남아선호 사상으로 고통받는 중국 사회를 그린 ‘강물 속에', 생존과 가족 부양의 수단으로 매춘을 강요받는 남아프리카 여성을 그린 ‘파이브 타이거', 현대 사회에서 고용 불안정의 문제를 한 비정규직 여성과 그녀의 상사를 중심으로 유머러스하게 파헤치는 ‘익스큐즈 미, 미스, 미스, 미스'가 소개된다. 이 섹션에서는 각자의 관점으로 다양한 여성 서사를 써 내려가는 전하영, 오승현, 송경아, 이서영 작가를 초청해 그들의 시선으로 상영작들에 관해 논해보는 스페셜 토크의 시간을 마련한다.

△원작의 발견

문학을 영화화하며 한 사람의 독자이자 한 사람의 창작자로서의 감독이 자신의 색깔과 독창적 시각으로 창조한 영화와 그 원작의 관계에 대해 되짚어 보는 섹션.

허우 샤오시엔이 ‘해상화'에서 19세기 중국 최초의 연재소설인 한자운의 ‘해상화열전'(1892년)을 어떻게 재해석했는지 살펴보는 것이 흥미롭다. 프랑스 서간체 문학의 최고봉으로 일컬어지며 수차례 영화화됐던 프랑스 작가, 피에르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1782년)는 지구 반대편의 이재용 감독에 의해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로 재탄생했다. 설화를 바탕으로 그림 형제에 의해 창작된 ‘백설공주'는 스위스 작가 로베르 발저에 의해 각색된 원작을 바탕으로 실험적 상상력을 극대화한 영화 ‘백설공주'로 만들어졌다. 영화 상영 후 각 원작의 변용에 대해 연구한 연구자들과의 토크도 진행된다.

# 섹션2-마스터즈&뉴커머즈(Masters&Newcomers):영화사의 거장과 새롭게 세계 영화사를 써 내려가는 차세대 거장 감독들의 작품들이 조우하는 섹션이다. 올해는 ‘존 세일즈 展', ‘폴 베키알리 展', ‘인:사이트', ‘아시드 칸' 네 개의 서브 섹션으로 구성된다.

△존 세일즈(JS) 展

존 세일즈는 존 카사베츠로 대표되는 미국 독립영화 1세대의 정신을 가장 잘 계승했다고 평가받는 미국 독립영화 2세대 감독이다.

‘존 세일즈 展'에서는 기혼 여성의 커밍아웃과 홀로서기를 다룬 ‘리아나', SF 장르를 차용해 미국 사회의 인종 문제를 환기하는 ‘다른 행성에서 온 형제', 미국 현대사의 뒤편에 숨겨진 어두운 노조 탄압의 역사를 다룬 ‘메이트원', 두 여성의 우정과 연대를 통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를 다룬 ‘패션 피쉬', 권력과 폭력의 상관 관계를 다루고 있는 ‘총을 든 자들'을 만나 볼 수 있다.

△폴 베키알리 展

유럽 영화계는 2015년을 폴 베키알리의 해로 명명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한동안 모두가 잊고 있던 노장 감독은 그다음 해, 오랜만에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됐고, 그의 회고전이 유럽에서 개최됐다. 그가 흔히 다루는 매춘 종사자, 동성애자, 사회적 약자 등에 대한 시대를 앞선 편견 없는 시선과 형식적 제약을 창조의 원천으로 삼는 그의 영화적 실험은 시대를 앞서간다. 1970년 촬영한 ‘교살자'를 비롯해 ‘여자 여자'(1974년), ‘앙코르'(1988년), ‘사랑이다'(2015년), 사랑의 단서(2019년)까지 올해 아흔을 넘긴 이 노장 감독의 과거작부터 현대작까지 아우르며 고단했던 그의 영화사를 재발견할 수 있다.

△인:사이트=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신진 감독들의 새로운 영화적 통찰력(Insight)을 관객의 시야(Sight) 안(In)에 포섭하겠다는 포부하에 기획된 섹션으로, 3대륙 감독들의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작품들을 소개하는 ‘마스터즈&뉴커머즈'의 서브 섹션이다.

인도 한 마을의 미신적 제의를 통해 집단의 이기심을 수면에 드러내 보이는 크리슈나 보라의 ‘비를 위한 노래', 세계적 전염병 시대를 살게 된 사람들의 고군분투를 계급적 측면에 대한 고찰로까지 밀어붙이는 아르헨티나의 아나 카츠의 ‘개는 짖기를 멈추지 않는다', 북아메리카 토착민들의 저항 운동을 그린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니노 마르티네즈 소사의 ‘리보리오', 인도 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미세한 변화의 바람을 두 자매가 공존의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보여주는 치따란잔 기리의 ‘아와카쉬', 잃어버린 언니의 비밀을 찾아가는 어린 동생의 시선으로 이집트 젊은 세대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방황을 그려내는 에이텐 아민의 ‘수아드', 환각 식물 재배를 매개로 에티오피아인들의 지난한 삶 속으로 뛰어드는 제시카 베쉬르의 ‘파야 다이', 중국에서의 무차별적인 벌목으로 인해 벌어지는 문제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카오 진링의 ‘령', 터키의 기성세대와 신세대 간의 내재된 갈등을 자신의 가족이 겪고 있는 문제를 통해 접근하는 아멧 넥뎃 쿠푸르 감독의 ‘무서운 아이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아시드 칸

아시드(ACID)는 독립영화 배급을 위한 조합의 약어로 독립영화의 배급과 존속을 위한 감독들의 조합이다. 1993년부터 칸국제영화제도 ‘아시드 칸' 섹션을 통해 독립영화들을 해마다 세계 영화인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강릉국제영화제도 아시드와의 공식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세계 독립영화인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미래 거장의 작품을 만날 기회를 제공한다.

기억과 연대가 가지는 힘에 대한 실험이 돋보이는 ‘우리가 심은 씨앗', 공산주의 동유럽 청년들이 갈구했던 자유의 이상향을 회고적 시선으로 돌아보는 ‘월든', 일찍 어른이 돼야 하는 보육원 아이들에 대한 ‘우리는 그렇게 자랐다', 세상이 잊은 코카서스의 작은 나라 사람들에 대한 아름다운 오마주인 ‘바람이 멈출 때', 코르시카 마을 주민들에 대한 독특한 초상을 완성해 내는 ‘코르시카의 여름',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현실 민주주의에 대한 의미 있는 질문을 제기하는 ‘출마선언', 디아스포라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돋보이는 ‘아야', 실제 유명 래퍼를 기용해 허구의 스타 래퍼를 연기하게 함으로써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비트는 ‘왕과 함께' 등 총 8편의 영화를 만나 볼 수 있다.

조상원·김도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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