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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메타버스와 디지털 트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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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호 한국국토정보공사 강원지역본부장

#1 엄마가 사별한 딸을 만나고, 남편이 먼저 떠나보낸 아내를 만나는 것이 가능할까. MBC 가상현실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엄마는 혈액암으로 떠나보낸 일곱 살 딸을 만나 생일 미역국을 끓여주고 케이크에 촛불을 켜준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남편이 세상을 먼저 떠난 아내와 재회해 안부를 묻고 오랜 추억이 담긴 옛집에서 춤을 춘다. 물론 가상세계를 통해서다.

#2 ‘방탄소년단(BTS)'은 지난해 10월 이틀간 ‘BTS 맵 오브 더 소울 원'이라는 가상 콘서트를 열고 누적관객 99만3,000여명, 매출액 500억원의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앞서 지난해 9월 신곡 ‘다이너마이트'의 안무영상을 최초로 공개한 곳도 유튜브나 음악방송이 아닌 게임 플랫폼 ‘포트나이트'였다. 이런 전략 덕분에 방탄소년단은 2020년 최고의 팝스타로 선정됐고, 이들 소속사 ‘하이브'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기업에 선정됐다. 국내에서는 가상으로 등장한 고(故) 신해철과 시공간을 초월한 합동 무대를 연출해 놀라움을 주기도 했다.

메타버스의 시대가 오고 있다. 메타버스란 가상과 현실이 상호 작용하고, 그 속에서 사회·경제·문화활동이 이뤄지며 가치를 창출하는 세상이다. 포스트 인터넷 시대를 주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점에서 ‘인터넷의 다음 버전'이라고도 불린다. ‘제페토', ‘로블록스' 등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메타버스 시장도 급성장하여 2030년까지 1조5,000억 달러, 세계 GDP의 1.81%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필자의 관심은 메타버스가 공공분야에는 어떻게 활용되고, 또 어떤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싱가포르는 최근 3년에 걸쳐 국토 전체를 가상세계로 구현하는 ‘가상 싱가포르(Virtual Singapore)'를 완료했다. 가상 싱가포르는 현재 각종 시뮬레이션, 계획 수립 등 도시 운용과정 전반에 걸쳐 활용되고 있다. 핀란드도 ‘가상 헬싱키(Virtual Helsinki)'를 추진하고, 한국도 ‘디지털 트윈'을 미래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기술로 선정, 기술개발에 뛰어들었다.

디지털 뉴딜 2.0의 핵심인 디지털 트윈은 실제 사물과 동일한 쌍둥이(Twin)를 디지털 3차원 모델로 구현하고 현실과의 동기화, 시뮬레이션을 거쳐 관제·분석 등 해당 사물에 대한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기술이다. 한국국토정보공사(LX)는 지난해 전주시 전역(206㎢)에 이 기술을 활용해 고정밀 3차원 지도를 만들고 8가지 행정서비스 모델을 구축했다. 열섬현상 해소를 위한 나무심기 입지 분석, 음식 폐기물 수거체계 개선, 건물 노후 및 화재 안전진단 등 서비스를 구현한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LX는 충북혁신도시(6.9㎢), 춘천시(7㎢), 새만금(4.4㎢) 등으로 확대하기 위한 서비스 개발을 진행 중이다. 메타버스와 디지털 트윈은 여러 기기로 수집된 각종 데이터를 활용하고, 3차원 가상공간에 구현하며, 이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와 가치를 창출하는 측면에서 공통점이 많다. 각각의 장점을 잘 활용하고 보완해 나간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세계 1위 제조업·건축설계 소프트웨어 업체 오토데스크의 앤드루 아나그노스트 대표는 최근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앞으로 5년간 누가 빨리 디지털 전환을 이루느냐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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