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카페 프랜차이즈처럼…누구나 쉽게 양식장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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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반짝반짝' 로컬벤처기업-한국수산기술연구원

◇김민수 대표◇한국수산기술연구원의 표준화된 RAS 시스템 양식장 모습. 밑에 사진은 양식장의 표준 조감도.

수산질병관리사 면허 가진 김민수 대표

춘천서 스마트 양식업 뛰어들어

기존 양식장과 달리 데이터 기반

수산물 성장과정·건강상태 따라

수조환경 자동 조절 기술 차별화

"잡는 어업 1위가 동원사업이면

기르는 어업에서 세계 1위 꿈꿔"

지금까지 양식업에 대한 이미지는 판에 박혀 있었다. 해상이나 해안가에서 이뤄지는 양식이 주를 이뤘고 3D 업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무엇보다 어업 종사기간이 길고 관련 지식이 해박한, ‘베테랑'만이 할 수 있는 일로 여겨졌다. 춘천에는 기술과 데이터의 힘으로 이 모든 고정관념을 차근차근 부숴 나가고 있는 기업이 있다. 식당·카페 프랜차이즈처럼 누구나 쉽게 양식장을 창업하는 미래를 꿈꾸고 이를 현실로 만들어 가는 기업, 한국수산기술연구원(주)이다.

■물 좋고 땅 좋은 춘천 환경에 반해 내륙 양식업 뛰어들어=김민수(37) 대표는 수산과학대학을 졸업한 수산질병관리사다. 수의사가 동물을 진료하듯 물고기를 진료하고 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을 한다. 해당 전공을 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어릴 적부터 수산업 분야에서 직접 창업하는 것이 꿈이었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주변 사람이 새우 사업으로 큰돈을 버는 모습을 본 것이 계기가 됐다. 관심이 생겨 시장조사를 해 본 결과, 수산업이 세계 반도체 시장을 뛰어넘을 정도로 경제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관련 분야로 진로를 굳혔다.

김 대표의 첫 사업은 2016년 인천 강화군에서 시작한 새우 양식장 사업이었다. 어의사 면허를 가졌다는 점에서 남다른 전문성을 갖춘 만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사업은 안정적 궤도에 올라서기 전 고꾸라졌다. 경영상 미흡함 때문이었다. 첫 사업 실패로 빚을 진 김 대표는 새우 양식장 현장에서 만난 지인의 도움으로 가평의 한 컨테이너에서 2년간 머물렀다. 그러던 중 맑은 물과 넓은 땅을 갖춘 춘천의 자연환경을 보고 ‘여기라면 재도전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고, 한국수산기술연구원을 설립했다.

■수산물 성장에 맞춰 수조 환경 조절하는 기술 차별점=한국수산기술연구원은 한마디로 ‘스마트 양식장 플랫폼 업체'다. 양식장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이들에게 스마트 아쿠아팜 서비스를 제시하고 설계와 시공까지 진행한다. 한국수산기술연구원이 짓는 스마트 아쿠아팜은 기존의 전통적 양식장과 달리 기술과 데이터에 기반을 둔다. 수산물의 성장에 맞춰 사료량을 조절하며, 수질 오염도에 맞춰 자동으로 수질을 정화시키는 시스템을 갖췄다. 기존 양식장들이 단순히 때에 맞춰 사료를 공급하는 식이었다면 스마트 양식장은 수산물의 성장 과정, 건강상태에 따라 수조 환경이 자동 조절된다. 이 때문에 기존 양식장보다 높은 생산성을 가지며 초보자도 쉽게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물론 이 같은 기술이 처음부터 업계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었다. 수십년 경력을 가진 고령자들이 다수 분포한 양식업 특성상 신기술을 배척하는 경향이 강했다. 회사 부지에 아무것도 없던 초기에는 사기꾼이라며 손가락질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러한 배타적 분위기를 깨부순 묘수는 바로 ‘한국수산기술연구원'이라는 업체 이름이었다. 김 대표는 “미심쩍다는 반응을 보이던 분들도 연구원이라는 업체 이름을 듣고 나면 ‘한번 얘기나 들어볼까' 하는 식으로 태도를 바꾸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며 웃음을 지었다.

■기르는 어업 분야 세계 1위 기업 꿈꿔=현재는 사업 3년 차에 접어들며 한국수산기술연구원은 대형 수조 3동을 갖춘 어엿한 아쿠아팜으로 성장했다. 기존에 2명 뿐이었던 직원도 8명까지 늘었다. 연구원의 스마트 양식장 서비스를 이용해 보겠다는 고객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대학이나 기업에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수산기술연구원의 앞으로 계획은 양식장 플랫폼(프랜차이즈)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시키는 것이다. 본사에서 레시피와 기술을 제공하면 이를 토대로 가맹점이 업장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식당·카페처럼 한국수산기술연구원의 기술과 설비를 받아 운영하는 양식장들을 늘리는 것이 목표다. 추후에는 가맹 양식장들이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수산물 판매를 책임져 주는 유통채널 구축까지 구상하고 있다.

김민수 대표는 “잡는 어업에서 우리나라 1위 기업이 동원산업이라면, 기르는 어업인 스마트 양식업에서는 한국수산기술연구원이 선두주자가 되고 싶다”며 “글로벌 식품 대기업 짜른포카판푸드(CPF)를 넘어서는 세계 최고 기업으로 올라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현아기자 haha@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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