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자동시장격리제
하루빨리 시행해야
농민 박탈감 덜어줘
한 해를 결산하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의 길목에서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깊이 생각해 본다. 농업은 먹거리를 생산하는 직접적인 식량 공급 기능 이외에 환경 보전, 농촌경관, 식량 안보, 식품 안전, 농촌 활력 제고 등과 같은 비식량 공급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다원적 기능(Multi-Functionality)을 발휘하는 산업으로 해석하고 있다.
2018년 농촌진흥청에서 시행한 '농업첨단핵심기술개발-핵심전략기술개발'의 연구과제로 국립농업과학원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공동 연구한 '농업의 다원적 기능 및 토양자원 가치 설정 연구'에 따르면 국내 농업이 수행하는 다원적 기능의 연간 가치는 약 27조8,993억원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중 환경 보전에 대한 가치가 66.8%로 가장 크고, 이어 사회·문화 14.7%, 식량 안보 11.2%, 농업 경관 7.3% 순으로 나타났다. 생태계를 보전하고 도시민의 휴양공간을 제공한다. 그만큼 공익적 기능이 큰 '농촌 지킴이'자 보루(堡壘)다. 지금은 자연재해를 극복하고 한 해 농사를 마치고 쉬며 즐길 수 있는 좋은 때다. 하지만 농업인의 마음은 풍년의 기쁨보다는 근심을 붙잡고 있다.
최근 정부의 공공수매와 지역농협의 자체 수매 현장을 찾았는데 농업인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주 소득원인 쌀값 하락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농업인들에겐 흉년만큼이나 풍년도 무섭다. 농부가 가뭄과 폭우, 이상저온과 이상고온 등 예측하기 어려운 혹독한 날씨와 각종 병충해를 극복하고 마침내 풍성한 수확을 거두게 되더라도 훌륭한 농업인도 감당하지 못하는 최종 관문이 아직 남아 있다. 바로 시장의 평가(수매현장)다. 농산물 한 알 한 알에 담긴 농부의 간절한 소망도, 병원비나 입학금을 마련해야 하는 일가족의 절박한 사연도 모두 지워지고 오직 상품의 크기와 무게, 빛깔과 향기, 맛으로만 평가받는 시장은 농업인에겐 참으로 비정한 곳이다. 풍년 돼도 문제, 흉년 돼도 문제라면, 뭔가 정책상의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쌀 자동시장격리제'를 서둘러 발동해야 한다는 농업인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자동시장격리제는 지난해 법제화됐는데, 풍년 등으로 수요량을 초과하는 생산량이 전체 생산량의 3% 이상이면 정부가 초과 생산량 범위에서 사들일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빨리 실행해 주기 바란다.
우리의 생명산업을 떠받치는 정신적 지주가 돼 왔던 농심! 그 농심이 변화의 거센 바람 속에 흔들리고 있다. 애태우는 농촌 인심을 위로할 길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믿는다. 5,000년의 뿌리 깊은 농심이 있는 한, 농촌은 시련을 딛고 의연히 일어설 것이라고…. 추곡수매는 그해 쌀 농가의 성패를 좌우한다. 밥상물가를 비롯해 모든 게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런 때에 유독 쌀 수매가만 오르지 않는다면 농업인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은 클 수밖에 없다. 쌀값 걱정하지 않고 농사지을 수 있는 시대는 영원히 오지 않는가?
농심은 천심(天心)이다. 모든 정책 기조를 농심에 두자. 그래야 대한민국이 바로 서고, 농촌이 바로 서고, 사회가 바로 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