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크리스마스에 전하는 편지]함께라서 더 좋았던 그리운 성탄절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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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시절 활기 가득했던 거리의 인파·캐럴

◇1985년 춘천 명동의 상점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고 있는 시민들, 1979년 춘천 우두동 저수지 빙판에서 썰매와 스케이트를 즐기고 있는 시민들, 1990년대 성탄절을 맞아 거리로 외출을 나온 가족, 1980년대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풍경, 1998년 크리스마스트리 용품을 구경하고 있는 모녀.

그시절 활기 가득했던 거리의 인파·캐럴

일상 회복 '크리스마스의 기적' 일어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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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 아침입니다. 내일은 작년에 이어 또 한 번의 비대면 크리스마스가 되겠군요.

얼마 전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될 때만 해도 우리는 자유로운 만남을 꿈꿨습니다. 길고 긴 코로나19의 어두운 터널을 빠르진 않지만 시나브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오랜만에 사회부 기자들과 송년회 한번 제대로 하자고 날짜까지 잡아 놓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머리로만 그려야 하는 꿈같은 얘기가 돼 버렸네요.

크리스마스, 연말이라는 특별한 날들이 겹치니 아쉬움은 더 큰 것 같습니다. 아무튼.

문득 BTS의 노래 ‘Life Goes On(라이프 고즈 온)'이 떠올랐습니다. 어느 날 세상이 멈췄어 아무런 예고도 하나 없이 (중략) 멈춰있지만 어둠에 숨지 마 빛은 또 떠오르니깐 (중략) 가사들을 톺아보면 코로나로 인해 멈춘 것 같은 우리의 삶은 겨울이 지나 봄이 오는 것처럼, 결국 예전의 일상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2021년 우리의 삶. 크리스마스는 우리에게 과연 어떤 의미일까.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일상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화사한 동행이라고요. 그리고 삶이 계속되고 있다는 증거라고요. 그러다 우리는 어느 순간 덜컥,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평범한 일상과 조우하겠죠.

저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믿습니다. 혹시 아나요. 오늘? 내일? 정말로 기적처럼 코로나 19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고요? 일단 제 얘기 한번 들어보세요.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4년 12월, 벨기에의 플랑드르 평원에서 실제 일어난 이야기입니다. 플랑드르 평원은 ‘죽음의 땅'이라고 불릴 만큼 치열한 전투가 이어졌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곳입니다. 영국군과 독일군은 참호를 파고 가까운 거리에서 대치하고 있었습니다. 12월24일. “고요한 밤~ 거룩한 밤~ …” 정막을 깨고 독일군 진영에서 캐럴이 들려옵니다. 한 병사에서 시작된 노래는 독일군 전체의 합창으로 이어졌습니다. 영국군 진영에서 박수갈채와 함께 ‘앙코르'를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우리는 총을 쏘지 않겠다. 너희도 총을 쏘지 마라.” 독일군과 영국군은 참호 밖으로 나와 전장 한가운데서 만납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고 가족의 안부를 전하는 놀라운 장면을 연출합니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그렇게 이뤄졌습니다.

그래서 전 믿습니다. 플랑드르 평원의 이야기처럼 크리스마스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우리의 발걸음에 작은 기적의 시작으로 기억될 수 있기를 말입니다. 비대면 크리스마스이브 아침에 안부 전하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from 오석기기자

편집=이화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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