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나아갈 수 있다는 용기 얻어…또다른 희망 전하는 글 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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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들의 이야기

이언주 “한동안 서있던 나에게 놓인 소설을 향한 징검다리”

송하담 “내 삶 지탱해준 詩에 대한 소명의식 가져야할 때”

이지요 “끝 모를 길 위 등불…오래도록 좋은 동화로 보답”

유인자 “나는 ‘동시 체질'…이제 아이들 위해 더 공부할것”

신영은 “업으로 삼아온 연출…이 길에 대한 확신얻어 의미”

코로나19로 학원과 독서실의 폐업을 결정하고 아픈 나날이 이어졌다. 사업장을 막 정리할 즈음에 전화기 음성으로 ‘당선되셨다'라는 소식을 들었다.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지만 충분한 위로가 됐다. 삶을 놓고 싶을 때마다 그를 숨쉬게 했던 ‘시'가 다시 한 번 제 역할을 한 셈이었다. 2022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자인 송하담(본명 송용탁·45)씨의 이야기다.

이번 신춘문예는 단편소설과 시(시조), 동화, 동시, 그리고 희곡 등 5개 부문으로 구성돼 엄청난 경쟁 끝에 주인공이 결정됐다. 각각 이언주(본명 이은영·59)·송하담·이지요(본명 이지연·42)·유인자(55)·신영은(39)씨가 그 영예를 안았다. 서로 다른 곳에서 같은 꿈을 꿔 온 이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단편소설 당선자 이언주=또 다시 시작하는 자리에 섰다. 그에게 글쓰기란 묵묵하게 길을 걸어가는 일과 비슷했다. 남편을 따라 해외에 나가 지내면서 수많은 글을 쓰고 또 인정받았지만, 한동안 건너야만 하는 개울 앞에 아무것도 없이 서 있는 기분이었다. 이때 찾아온 꿈과도 같은 소식은 ‘징검다리 하나'처럼 느껴졌다. 이씨는 “우리가 현실에서 살아가는 세계와 내 마음속에 살아가는 무대가 각각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무대의 연장선에 있는 ‘소설'에 글을 담고 문자를 올리고 싶다”고 소망을 내비쳤다.

■시 당선자 송하담=“시를 써야 하는 소명의식을 가질 때가 됐다”는 그의 고백에는 수많은 우여곡절을 이겨낸 자의 깨달음이 섞여 있었다. 송씨는 시가 좋아 국문학을 전공했고 생계를 위해 국어강사로 일했지만 시만큼은 손에서 놓지 않았다. 5년 전 부정맥 질환인 ‘심방세동'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목숨을 건진 대가로 ‘공황장애'를 앓게 되면서 더욱 시에 매달리게 됐다. 시에 몰두할 때 증세가 나아졌기 때문이다. 올해는 미친듯이 추웠던 계절, 기억 저편에 강렬하게 남은 철원에서의 군생활을 날카롭게 직조해 강원일보에 보냈다. 송씨는 “이젠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다”며 “다들 힘을 내서 1%라도 희망을 갖는 새해가 됐으면 한다”고 소망을 남겼다.

■동화 부문 당선자 이지요=한 아이와의 인연을 시작으로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는 그는 “오랫동안 글을 쓰고 싶다”고 진심을 꺼냈다. 놀이터에서 만난 ‘아줌마'가 ‘엄마'가 됐으면 한다는 어떤 아이를 향한 마음이기도 했다. 당선소식이 날아든 때 막막한 순간마다 진정으로 쓰고 싶은 글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준 모두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끝 모를 이 길을 멈추지 않고 걸어온, 그리고 또 걸어갈 자신에게도 말이다. 이씨는 “거칠고 울퉁불퉁한 길 위에 작은 등불이 생겼다”며 “좋은 글로 보답하겠다”고 웃었다. 

■동시 부문 당선자 유인자=인생을 살아가는 내내 혹은 그 전환점에서 기회를 붙잡은 이들도 있다. 2017년 아동문학 수업을 접한 뒤 동시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는 그는 스스로를 ‘동시 체질'이라고 짚었다. 어린시절부터 자연과 가까이 지내며 살아온 경험이 동심의 순수한 시선과 잘 맞아떨어졌단다. 유씨는 “아이들에게 읽히는 시를 쓰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읊조리던 때를 떠올리면서도 “이제는 아이들을 위해 더 좋은 시를 공부해야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등단을 계기로 “함축적이고 공감 가는 작품을 위해 많은 책을 읽을 생각”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희곡 부문 당선자 신영은=오랫동안 연출을 전공, 업으로 삼아 온 씨는 공연을 준비하던 중 당선 소식을 들었다. 연출자로서 시작을 앞두고 평정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인물들의 심리와 흐름을 설정하기 위해 4~5개월 동안 자료수집에만 매달렸던 일상이 머릿속을 스쳤다. 갑작스러운 마음에 “설마 제가 됐을까요!”라는 소리가 입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당선 이후에는 기쁜 나날들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함께 활동 중인 극단 ‘드란'의 동료들은 그가 여태까지 작업한 대본들을 모아 ‘희곡집'을 제작해줬다. 평생 연출과 함께한 그에게 이만한 선물이 또 어디 있을까. 신씨는 “당선과 등단의 의미를 넘어 내가 가는 길에 대한 확신이 됐다”면서 “신춘문예 당선을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듯 앞으로도 기대하지 못한 일을 해낼 테니 지켜봐주셨으면 한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현정·김수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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