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강우현 "젊은이들과 소통하려 양식 조리사 공부 세대를 맞춰야 살아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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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이 만난 사람 - 남이섬 전성기 이끈 강우현 탐나라상상그룹 대표이사

한류열풍의 주역인 드라마 ‘겨울연가'의 주 무대였던 춘천 ‘남이섬'은 2000년대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지였다. 남이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주역은 강우현 탐나라상상그룹 대표이사다. 강우현 대표이사는 현재 제주와 함께 춘천의 강촌 발전을 위해 쉴 새 없이 동분서주(東奔西走)하고 있다. 제주에 살면서 틈날 때마다 강촌을 찾아 주민들과 함께 지역 발전 방법을 모색하는 강우현 대표이사를 지난해 말 마을공방 및 전시관으로 활용되는 구(舊) 강촌역사에서 만났다. 코로나19 이후 경제 변화와 각종 아이디어의 원천 등 다양한 대화를 나눴다.

■매우 바쁘실 텐데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요즘은 제주에서 탐나라공화국 오픈을 준비 중이다. 당초 2021년 4월30일 오픈하려고 했는데 코로나19에 따라 임시 휴장 중이고 2022년 2월 말까지 다시 업그레이드를 준비 중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에 따른 변화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코로나가 오면서 우리의 일상은 15년 정도 후퇴했다. 반면 과학기술은 15년 앞서갔다. 30년의 진공상태를 살아가고 있다. 그 속에서 코로나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만일 코로나가 끝나게 된다면 15년 앞지른 과학기술과 15년 후퇴한 일상이 겹치면서 엄청난 혼란이 올 것이다. 이미 이런 혼란은 시작됐다. 짜장면을 시켜도 배달료를 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이전에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던 변화다. 메타버스 이야기를 하는데 메타버스 시대는 이미 절반이 와 있다. 변화가 있을 때에는 관광의 경우 그에 맞는 새로운 여행지를 선보여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제주 탐나라상상공화국의 업그레이드를 진행중이다.”

■‘나라'라는 단어를 쓰게 된 이유가 있다면=“누구든 어떤 자유로운 세계, 동화의 세계, 마음속에 꿈꾸는 세계가 있다. 남이섬을 남이나라공화국로 바꾸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그냥 남이섬은 유원지나 관광지다. 다른 곳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남이나라공화국으로 바꾸면 일단 신비로운 세계가 된다. ‘나라'라는 것이 되니까. 전 세계 130여개국 관광객이 찾더라도 남이나라에서는 대응이 가능하다. 국제적인 커뮤니티 형성이 된다는 것이다. 여느 관광지와는 차별화된 점이 있다. 외국에 홍보할 때 ‘남이 아일랜드 코리아'라고 했다. 한국의 대표로 삼았고 결국 브랜드화 됐다.”

■현재 제주에 있는데 어떻게 갔는지=“과거 어떤 분이 제주 탐나라 공화국 지역에 사업을 하겠다고 승인을 받았지만 황무지라 포기하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아는 지인이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다. 처음엔 나도 못하겠더라. 그러다가 중국관광객이 몰리면서 중국인이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때가 2014년 정도인데 중국인에게 팔면 중국땅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남이섬 관광객이 330만명을 넘기기도 해서 이듬해 제주도로 가게 됐다.”

■그런 결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당시 주변에서 다 말렸다. 실제 제주도에 테마파크가 200여개나 있는데 무슨 수로 하려고 하냐는 반대가 많았다. 현장을 찾는 순간 ‘황무지'를 ‘단무지'로 10년 내로 바꾸겠다고 했다. 지금 8년 차, 내년(2022년)이 9년 차다. 2024년 2월21일이 10년이 된다.”

■항상 아이디어가 넘쳐난다=“관에서 하는 것, 국가가 하는 것, 공공기관에서 하는 것이 실패하는 이유가 있다. 성공하지 못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돈이 있고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돈 떨어지고 사람이 없고 시간이 없어 안 된다고 한다. 그러면 안 된다. 궁즉통(窮則通)이다. 궁하면 통한다. 궁하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나온다.”

■강촌 발전에 앞장서시는데 어떤 인연인지=“예전에 춘천시장이 제주로 찾아와 춘천 관광 좀 살리자고 해 강촌과 인연을 맺었다. 강촌을 살리기 위해서는 춘천시가 아닌 주민들이 먼저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주민들에게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지역 살리기를 하자고 설득했다. 그래서 먼저 시작한 것이 집안 청소, 바깥 청소, 꽃 심기 등이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섰고 교육을 진행하면서 브랜드 특성화로 화분을 만들고 있다. 무엇을 심을지 고민하다 ‘질경이'를 선택했다. 어떻게든 살아남는 질경이 정신을 갖자고 해서 질경이 화분을 만들었고 강촌의 특화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최근의 모든 일은 주민들이 다 자발적으로 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강우현 대표이사는 요즘 양식 조리사 자격증 공부 중이라고 설명했다. 양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양식을 좋아하는 요즘 젊은이들과 소통하고 이 시대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서라고 했다. “변화에 앞장서는 강촌이 그런 점에서 나와 맞는다. 그렇기 때문에 강촌은 이제 저절로 좋아질 것이다. 과거 닭볶음탕을 먹던 젊은이들이 이제 50대 이상이 됐다. 30~40대는 전혀 다른 음식을 먹고 있다. 그렇다면 전혀 다른 아이디어가 나와야 한다. 그걸 맞춘다면 강촌은 다시 30년을 간다. 세대를 맞춰야 한다.”

■코로나가 다시 기승이다=“코로나가 당장 끝나기는 어려울 것이라 전망된다. 이대로 갈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코로나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계속 어렵다. 코로나를 헤치고 가는 사람만 살아남을 것이다. 코로나가 있거나 없거나 또는 코로나가 있더라도 잘 먹고 잘 사는 사람이 있는데 더 대비한 사람들이다.”

■한때 위드 코로나도 거론됐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마스크만 벗으면 잘될 것으로 아는데 잠시 편한 것뿐이다.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준비된 자에게 길이 열릴 것이다. 그렇다면 코로나가 끝날 때를 대비해서 무엇을 했는가. 공부를 했느냐 준비를 했느냐 그 말이다. 나쁜 얘기를 하면 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심화될 수 있다. 끝나기 전에 대비해서 준비해야 한다.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우리가 어려운 이유는 움직이지도 않으면서,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으면서 ‘내일은 좋아질 거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침에 벌떡 일어나 이불을 걷고 창문을 열어야 공기가 들어온다. 게을러서는 안 되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 코로나를 극복한다고 세상이 좋아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전에도 그렇게 좋지 않았다. 나쁜데서 더 나빠졌을 뿐이다. 그렇다면 다시 나쁜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장년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린다=“내가 잘한다고 믿는 부분에 대해서 다시 돌아보라고 하고 싶다. 내가 잘하는 부분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잘하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더 잘할 수 있는 노력에 대해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그걸 버리고 올라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때다. 그래야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다. 어제는 없고 내일은 모른다. 그래서 오늘에 충실하는 점에서 오늘 내가 나를 바꾸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강우현 대표이사는 2000년 12월 남이섬에서 1주일간 머물다 당시 남이섬 대표와 가수 고(故) 이동원(인터뷰 전날 작고)씨 등과 만나면서 본격적인 인연을 맺게 됐다. 강우현 대표이사가 섬을 맡은 첫해 입장객은 27만5,000명이었고 14년 뒤에는 330만명으로 늘었다. 현재 남이섬 부회장과 함께 2015년부터는 제주 탐나라상상그룹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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