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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칼럼]과학기술의 발전과 미래 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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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강원대병원 진료처장 호흡기내과 교수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가 이제 성인이 돼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다. 그 세대가 커 가는 동안 세상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고, 병원도 예외가 아니어서 지금의 병실 분위기는 20년 전과 사뭇 다르다. 이전에는 환자 명단이 칠판에 적혀 있고, 의사나 간호사가 환자의 상태를 종이 기록지에 적고, 방사선 필름을 필요한 곳으로 들고 다녔는데, 지금은 모든 정보를 컴퓨터로 확인한다. 환자들의 구성도 변했는데, 이전에는 산부인과에 20대 산모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30대 이상의 산모가 더 많고, 조기 검진과 치료의 발전으로 진행한 자궁경부암 환자가 많이 줄어들었고, 새로운 약들이 개발되고 심장 시술과 스텐트가 발전하면서 심부전으로 숨차서 입원하는 경우도 많이 줄어들었다.

앞으로 20년 후 세상의 모습은 어떨까 상상해 보면, 지금 상상하는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센서의 개발과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의료서비스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내 몸에 이상이 생길 조짐이 보이면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이를 감지해서 미리 응급센터에 연락하고, 자율주행 응급 구조차가 와서 최신 알고리즘을 이용해 나에게 최상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해주고,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나의 평소 생활습관 등을 종합해 진단과 치료를 제공해 줄 것이다. 입원이 필요하면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의 병실을 고려해서 자동으로 배정해주고, 수술을 받고 나서도 흉터가 거의 없을 것이다. 지금의 기술로도 이런 의료서비스는 이론적으로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 보편적으로 이러한 편리함을 누리려면 기술의 개발도 좀 더 진행돼야겠지만, 이런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고, 필연적으로 늘어나게 될 비용을 어떻게 부담할지 등이 개발단계와 활용단계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강원도의 의료 접근성이 다른 지역에 비해 열악한데,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이런 부분도 해소되길 바란다. IT 기술이나 인공지능은 공간적인 제약을 덜 받기 때문에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인구가 많은 곳에 의료 수요도 많고 의료자원도 많이 투입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지만, 의료나 교육 같은 중요한 서비스는 소외된 곳이 없이 적절하게 제공돼야 할 것이고, 이 또한 제도와 정책적인 접근과 더불어 과학기술의 개발을 통해 개선할 수 있는 분야일 것이다. 강원도민의 주요 건강지표도 전국에서 하위권이었는데, 최근 몇 년간 조금 나아지는 듯했으나, 코로나19 이후 더 나빠졌다고 한다. 강원도민들이 담배도 많이 피우고, 덜 걷고, 비만율도 높다. 건강에 직결되는 이러한 생활습관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의지가 중요하지만 건강한 습관을 실천할 수 있는 환경과 문화적인 요인,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삶의 여유, 도민들의 건강을 개선하고자 하는 정책들도 필요하다. 또한 기술개발이 건강지표의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금연을 도와주는 약이 현재도 있지만 좀 더 효과적인 약이 개발될 수도 있고, 담배에 대한 중독을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기기가 개발된다면 나의 평소 습관과 성격을 고려해, 효과적으로 금연을 유도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운동과 다이어트 관련 프로그램과 애플리케이션들은 지금도 많지만, 임상적으로 효과가 뛰어난 기기들이 앞으로 개발될지도 기대가 된다. 많은 분이 새해 결심으로 금연과 운동을 결심했을텐데 목표를 달성하기 바라면서, 발전한 미래를 긍정적으로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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