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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평판의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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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평판지수라는 것이 있다. 어떤 브랜드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알기 쉽게 숫자로 지수화해 순위를 매겨 놓은 것이다.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추출해 내는 이 정보들은 사회 전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행해지는 소비 활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재미있는 것은 이 지수들은 한번에 끝나는 결과물이 아니라 미래의 평가에 끊임없는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평판을 바꾸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1998년 개봉한 프랑스 영화 ‘택시'. ‘레옹'의 감독으로 널리 알려진 거장 뤽 베송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에는 예상치도 못한 타이밍에 한국인이 등장한다. 돈을 벌기 위해 교대로 트렁크에서 잠을 자며 24시간 택시를 운행하는 한국인의 모습이 그것. 이 장면에서 주인공의 대사가 이렇다. “조국이 어려워서 24시간 일해요.” 그리고 결정적인 한마디 “프랑스에서 한국인은 다 똑같아 보이죠.” ▼개봉이 취소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1997년에 국내 개봉된 마이클 더글라스 주연의 영화 ‘폴링 다운'도 다르지 않다. 한국인은 탐욕, 혐오의 대상이 된다. 주인공 디펜스는 슈퍼 주인인 한인을 상대로“너희 나라에 우리가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부으며 도움을 준지 아냐”며 화풀이를 시작하고 결국 도시를 파괴하기에 이른다. ▼2022년 1월 넷플릭스가 공개한 영화 ‘마더 안드로이드'에서 한국은 주인공 부부가 안드로이드의 반란을 피해 도망가려고 하는 안전한 피난처로 나온다. 영화 ‘돈 룩 업(2021년)'에서는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혜성의 위험성에 대한 미국 정부의 결정의 중심에 한국의 판단이 등장한다. 영화 속 한국에 대한 평가는 이렇게 변했다. 그들의 인식이 바뀌기까지 지난한 노력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 사이 BTS와 블랙핑크가 있었고, 기생충과 미나리 그리고 오징어 게임이 있었다. 평판은 나이테와 같은 것이다. 켜켜이 쌓아 올려진 평가의 총합이다. 한순간 눈을 가릴 수는 있지만 거짓이 진실이 될 수는 없다. 대선판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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