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 출신 클래식 리코더 거장
조진희씨에게 가르침 받아
2016년 리코더 연주자 참가
올해 지휘봉 들고 다시 찾아
18일 속초·19일 평창 공연
국내 최고 20여명 연주가 모아
별도 바로크 오케스트라 구성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바로크 음악으로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을 얻으셨으면 합니다.”
올해 대관령겨울음악제의 개막공연(19일)을 비롯한 두 차례의 공연을 이끄는 권민석(37) 지휘자의 진정 어린 바람이다.
2016년 평창대관령음악제에 리코더 연주자로 무대에 섰던 그는 이번에는 지휘봉을 들고 음악제를 찾는다. 춘천 출신 클래식 리코더의 거장 조진희씨를 스승으로 뒀고, 춘천국제고음악제에도 수차례 참여해 춘천을 마음의 고향이라고 말하는 그를 전화로 만났다.
그가 이끄는 두 차례 공연은 18일 속초, 19일 평창에서 마련된다. 권 지휘자는 이번 공연을 위해 바로크 오케스트라를 별도로 조직했다. 국내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이들을 20명 정도 모은 평창 페스티벌 앙상블이다.
권 지휘자는 바로크 음악에서 순수하고 날것 그대로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저는 ‘바로크 음악을 향이 풍부한 커피와 같은 음악'이라고 말한다. 크림이나 시럽을 얹지 않은, 오롯이 본연의 향이 나는 에스프레소와도 같다”고 비유했다.
이번 공연의 주제는 평화라고 이야기한 그는 “개막공연 중 비발디의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는 소프라노 임선혜(철원) 선생님이 같이 해주신다. 첫 번째 곡인 바흐의 칸타타 155번도 ‘지금 너무 어렵고 고통스럽다'고 시작해서 뒤로 갈수록 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평화를 찾자라는 메시지가 있어 고르게 됐다. 마지막 곡인 비발디의 글로리아도 어려운 때 조금 더 힘이 될 수 있는 곡이고 ‘이 땅의 평화'라는 의미의 악장도 포함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고성 출신 손일훈 작곡가의 곡 ‘음악의 헌정'은 현대곡이기는 하지만 손 작곡가가 바로크 악기에 대한 이해가 높은 데다 바흐에 대한 헌정을 담은 곡이기에 주제가 연결된다. 이어 글렌 굴드의 ‘그래서, 푸가를 쓰고 싶다고'를 연주한다”며 “굴드가 가장 좋아했던 작곡가 역시 바흐였고 바흐 스타일로 작품을 쓰면서도 가사를 익살맞게 썼다. 요약하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 규칙에 얽매이지 마. 재밌게 해보는 거야. 우리는 멋지게 푸가를 쓸 거야'라는 뜻도 있는데 전체적으로 바로크와 현대를 함께 아우르는 연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권 지휘자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연주는 과거 작곡가들이 말하고자 했던 것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 그래서 이번 공연에 눈길을 끄는 부분은 바로크 시대 악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바로크 바이올린, 비올라, 오보에뿐 아니라 피아노 대신 하프시코드, 기타 대신 테오르보 등도 준비해 바로크 음악을 복기한다.
현재 네덜란드 헤이그 왕립 음악원의 영재음악원 학생들로 구성된 아테네움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도 활약하고 있는 그는 “최고의 음악제에 이렇게 다시 지휘자로 돌아와 바로크 공연으로 찾아뵐 수 있어서 기대가 크다. 어려운 시기이지만 공연으로 평화를 기원하는 에너지를 만끽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현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