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격 침공 첫날 220여명 사상…푸틴 "불가피한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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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러군 체르노빌 원전 점령…공격으로 안전위험" 바이든, 강도높은 제재 러 목죄기…"푸틴이 전쟁 선택"

사진=연합뉴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격 침공 첫날인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와 북부, 남부 등 세 방향에서 일제히 공격했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내 다수의 군사시설이 파괴되고 우크라이나인 220여 명이 숨지거나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로이터·AFP·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날 새벽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특수 군사작전 개시 명령 이후 곧바로 우크라이나 공격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선 러시아군의 지원을 받는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방어선을 뚫고 6~8km 진군했다고 러시아 국방부가 밝혔다.

우크라이나 남부에선 러시아가 지난 2014년 합병한 크림반도를 통해 진입한 러시아 공수부대 등이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에 입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은 헤르손에서 우크라이나 측이 취하고 있던 북(北)크림 운하 봉쇄를 해제하고 크림반도로의 관개용수 공급을 재개했다.

역시 남부 도시 오데사 인근의 흑해에 있는 섬 '즈미이니'(뱀)도 러시아 수중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 키예프 인근 비행장 등 군사시설도 러시아군의 공습을 받아 파괴됐다.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은 벨라루스와의 국경에서 남쪽으로 16km,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북쪽으로 약 130km 떨어진 체르노빌 원전 인근에서 교전을 벌였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러시아군과 교전 끝에 체르노빌 원전 시설 통제권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격 뒤에 원전이 안전하다고 말하긴 어렵다"면서 "이는 현재 유럽에 대한 가장 심각한 문제 가운데 하나"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그러나 "정체불명의 군대가 원전을 장악했으나 인적 피해나 시설 파괴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우크라이나 측이 통보해 왔다"고 전했다.

2000년 이후 모든 원자로 가동이 완전히 중단된 체르노빌 원전은 벨라루스와의 국경에서 남쪽으로 16km,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북쪽으로 약 100km 떨어져 있다.

이날 러시아의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내 83곳의 지상 군사시설이 기능을 잃었다.

올렉 랴슈코 우크라이나 보건장관은 러시아군 공격 첫날에 우크라이나인 57명이 사망하고 169명이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작전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내 군사작전이 진행되는 와중에 모스크바에서 자국 주요 기업인들과 한 면담에서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점"이라면서 "우리에겐 달리 행동할 여지가 없었다"고 정당성을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새벽 정부군과 친러 분리주의 반군 간 교전이 격화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상황과 관련 우크라이나의 전력 무력화와 우크라이나 내 신나치주의자(극우민족주의 세력) 척결을 목표로 한 특수군사작전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곧이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인근 공항과 주요 도시들에 미사일 공습이 가해졌고, 우크라이나 북부 벨라루스 주둔 러시아군이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로 진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군사작전을 명령하면서 그 목표가 우크라이나의 '탈군사화'와 '탈나치화'라고 천명했다.

탈군사화는 우크라이나의 주요 전력을 무력화하는 것을 의미하며, 탈나치화는 돈바스 지역 주민 등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인들을 탄압하는 데 앞장선 극우민족주의 성향의 우크라이나 집권층을 척결하는 것을 뜻한다.

우크라이나 주요 군사시설 타격으로 군사력을 무력화시킨 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정권을 몰아내고 친러 정권을 세우는 것을 우크라이나 침공의 목표로 설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방 정보기관 관리는 AFP 통신에 "우크라이나의 대공 방어가 사실상 제거됐다"면서 "러시아 병력이 키예프로 진격해 수도를 장악할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이 같은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에 대응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한층 강도 높은 제재의 칼을 꺼내 들었다.

러시아가 전면전을 선택하며 사실상 외교의 문을 걸어잠근 마당에 더 주저할 경우 국제 질서를 근본적으로 교란하는 행위에 대한 '저지'는 물론이고 '응징'조차 할 수 없는 무력한 상황에 처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 따른 결단으로 보인다.

그는 연설에서 "러시아의 침공은 묵인될 수 없다"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미국이 당면할 결과가 한층 가혹할 것"이라고 현 상황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 군대를 집결하며 긴장을 고조시키기 시작한 초기 단계부터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당시와 비교할 수 없는 가혹한 제재에 나설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을 향해 누차 경고를 보내 왔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외교적 해법의 여지를 남겨놓았으나 열매를 맺지 못했다. 오히려 러시아의 침공을 예상하고도 최종 저지에는 실패했다는 비판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저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하기 시작한 직후부터 이날 오전부터 안보팀과 대책을 숙의하고 주요7개국(G7) 정상들과 화상 회담을 거쳐 이번 제재안을 내놓았다.

한층 범위가 넓어진 이번 제재는 러시아의 주요 금융기관을 비롯해 항공우주를 비롯한 산업 전반에 직접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수출 통제 등이 골자다. 푸틴 대통령 측근을 비롯해 러시아 지도층 인사에 대한 추가 제재도 포함됐다.

재무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제재로 러시아에서 가장 큰 스베르방크와 VTB 등 두 은행을 포함한 90여개 금융기관이 미국 금융 시스템을 통해 거래할 수 없게 된다.

재무부에 따르면 러시아 금융 기관들은 전세계적으로 하루 평균 460억달러(한화 약 55조4천70억원) 규모의 외환 거래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80%가 미국 달러로 이뤄진다.

자산 기준 러시아 전체 은행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들 두 은행에 대한 제재로 이 같은 거래가 대부분 불가능해졌다고 재무부는 밝혔다.

러시아 3위 금융기관이자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회사인 가즈프롬과 긴밀한 연관관계에 있는 가즈프롬방크를 비롯해 7위 은행인 오트크리티예, 민영 금융기관으로는 세번째 규모인 소브콤방크, 러시아 국방 관련 핵심 금융 기관인 노비콤방크 등도 핵심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오트크리티예와 소브콤방크, 노비콤방크 등 3개 금융기관의 자산을 합치면 800억달러(96조3천600억원)에 달해 제재에 따른 후폭풍 효과 역시 상당할 전망이다.

앞서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분리주의자들의 독립을 인정하고 해당 지역에 군대를 보낸 직후인 22일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인 VEB와 방산지원특수은행인 PSB 2곳, 그리고 이들의 자회사 42곳을 제재 대상에 올리고 미국 내 자산 동결 및 미국 기업과 거래를 정지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의 측근 및 정부 핵심 인사와 그들의 성인 자제들 역시 추가로 제재의 철퇴를 맞았다.

세르게이 보리소비치 이바노프 러시아 연방 대통령 환경보호교통 전권 특별대표와 그 아들, 니콜라이 플라토노비치 파트루셰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 및 그 아들, 러시아 반(半)국영 통합 에너지 회사인 로스네프트 최고경영자인 이고르 이바노비치 세친과 그 아들 등이 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재무부는 또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24개 벨라루스 금융 기관 및 개인에 대한 제재도 함께 발표했다.

이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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