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화재 제자리 돌려보내기 결의안 통과
관광자원화해 지역 문화 활성화 계기 만들 때
지자체 행정적 지원으로 문화 정체성 확립을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 및 의궤의 조속한 환지본처(還至本處·본래의 자리로 되돌아감)를 기원하는 기념식수 행사가 지난 27일 월정사 왕조실록·의궤 박물관 앞마당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2월14일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과 의궤의 환지본처를 골자로 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기념식수를 통해 도민의 염원을 결집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국회 결의안이 조속히 이행돼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과 의궤가 하루라도 빨리 평창 오대산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리고 이는 강원도 대표 문화재로 자리매김돼야 한다.
일제가 오대산사고에 있던 실록과 의궤를 도쿄대학으로 가져간 것은 한국을 영원히 지배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한민족 정신수호의 핵심을 들여다본 것이다. 게다가 관동대지진 때 대부분이 소실됐다. 불행 중 다행으로 대출돼 화재를 면한 것을 되찾아왔다. 환수위원회 관계자들이 무수히 일본으로 건너가 기울인 노력은 눈물겨웠다. 그런 과정을 거쳐 국내에 들어왔으나 여전히 타향살이 신세다. 이제 오대산사고 복원에다 박물관까지 건립됐으니 조선왕조실록 및 의궤의 보존 여건은 충분히 마련됐다.
문화재는 제자리에 있을 때 가치를 발하며 생명력을 가지는 것이다. 즉, ‘문화의 향유'는 중앙집권에서 지역 분할의 공동향유정신이 보장돼야 하며 문화재는 원소장처인 제자리에 있을 때 빛을 발하는 것이다.
오대산사고본 문화재의 제자리 찾기 관련 기사가 나가면 인구도 많고 교통도 좋은 서울(고궁박물관)에 있는 문화재를 왜 굳이 지역으로 가져가려고 하냐는 힐난들이 쏟아지곤 한다. 문화제국주의자들의 말과 다르지 않다. 민간의 노력으로 환수된 우리 지역의 문화재인데도 제자리에 돌려 달라고 하면 정부는 먼저 안 되는 이유를 수십 가지쯤 제시했다. 조선왕조실록과 의궤의 환지본처를 골자로 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만큼 속도를 내야 한다.
지역의 문화를 더 육성하고 활성화시켜야 하는 것은 시대정신이다. 그런 관점에서 지역 고유의 역사성 속에서 내려오던 문화는 충분히 존중돼야 한다. 지역의 문화재가 제자리로 돌아오면 그것을 관광자원화하고 이를 통해 지역 문화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 중심에 지역의 문화 리더들이 서야 한다. 지역 문화재를 바탕으로 지역 문화예술의 자생력과 파급력, 창조력은 올바른 진취적인 사고를 가진 문화 리더, 즉 지역 문화를 사랑하고 죽기를 각오하고 문화재에 매진하며 사회를 변혁시키고자 하는 문화 리더들에 달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치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역이 가지고 있는 특장점을 최대한 잘 살려 나가려면 행정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면 문화 리더들은 지역 문화를 활성화하고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바로잡아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