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밥상물가가 위험하다

최돈열 포럼 상생과 공존 대표·경제학 박사

1970년 광활한 해바라기밭을 배경으로 제작된 소피아 로렌 주연의 명화 ‘해바라기'의 주 무대를 대부분의 사람은 러시아로 알고 있지만 실제는 우크라이나에서 촬영됐다. 우크라이나는 비옥한 흑토지대로 예로부터 ‘유럽의 식량창고'였으며 우크라이나의 국화 역시 ‘해바라기'다.

그 애절한 순애보가 펼쳐졌던 우크라이나의 해바라기밭이 러시아의 침공으로 쑥대밭이 되면서 지구촌의 해바라기씨유는 물론 카놀라유, 대두유, 팜유, 올리브유까지 일거에 상승하면서 우리나라의 밥상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물론 전쟁으로 인한 숱한 인명의 희생과 문명의 파괴는 언급하기조차 끔찍하다.

최근 식량자원의 가격 급등으로 인한 애그플레이션(Agflation) 조짐이 지구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애그플레이션이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곡물 및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일반 물가에도 영향을 미쳐 상승을 일으키는 현상을 말한다.

애그플레이션은 매우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태풍이나 가뭄, 전 지구적으로 댐 축조에 따른 경작지 감소, 코로나19로 인한 생산량 감소와 수요 증가, 유가 급등으로 인한 생산 및 유통 비용 증가 등으로 인해 국제 곡물 및 농산물 가격이 상승을 불러오는 것이다.

더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세계 곡물 가격의 급등을 조장하고 있다. 러-우 두 나라의 전 세계 밀 수출점유율은 30%에 달하고 옥수수 역시 21%를 차지한다. 작금 국제 곡물 가격을 보면 밀 선물 가격이 3.5%나 올랐으며, 옥수수 가격은 30%나 치솟았다.

문제는 농산물 가격 상승이 밀과 옥수수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략적인 면도 있겠지만 러시아 정부는 올 6월까지 밀과 옥수수를 중심으로 보리, 호밀에 이르기까지 주요 곡물 수출을 전면 중단하고 비축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당장 곡물 수급에도 차질이 있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비료 수출을 중단시킨 데 이어 세계 최대 비료 산지인 중국마저 인산비료 수출을 금지하면서 나비효과를 불러와 농산물 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려했던 애그플레이션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요 곡물 자급률은 21%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머물러 있으며 세계에서 7번째로 곡물 수입이 많은 나라다. 경작지와 농업종사자 감소 등으로 곡물의 해외 의존도를 낮출 대안도 마땅치 않아 식량안보의 불확실성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우리의 경우 쌀의 자급률이 안정세고 비축량이 웬만큼 확보돼 있어 당장 식량 위기는 겪지 않겠지만 국내소비가 늘고 있는 밀 등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르면 수입 물가가 상승해 국내 식품·외식 물가를 끌어올리게 되고 이 같은 현상은 전체 물가 상승을 촉발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물가·금리·환율이 동시에 튀어오르듯 상승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마저 낳고 있는 것이다.

밥상물가는 국민의 삶과 직결된 매우 민감한 문제로 물가를 잡지 못하면 곧바로 민심이반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식량안보 확보와 기대 인플레이션의 선제적 차단은 새 정부와 새 수장을 맞은 중앙은행이 의지를 가지고 해결해야 할 경제 분야의 첫 번째 과제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 야만적 전쟁부터 끝내야 한다. 그래야 무고한 인명의 희생도, 마치 도미노게임 같은 지구적 물가도 안정될 것이다. 해바라기의 꽃말은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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