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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작품만큼 감동적인 ‘인간' 김유정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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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립극단 뮤지컬 ‘유정 봄을 그리다'

◇강원도립극단(예술감독:김혁수)이 지난 20~22일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뮤지컬 ‘유정 봄을 그리다'를 선보였다.

영가의 유정 등장 극 전개

기존 세평 넘어 삶에 집중

‘김유정 후손' 김혁수 연출

26일 속초·내달 강릉 공연

‘폐결핵의 고통, 현대에 ‘스토킹'으로 불릴만한 박녹주를 향한 갈구, 죽음에 대한 두려움.'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근현대 소설가 김유정의 이야기이지만, 김유정을 떠올렸을 때 먼저 생각나는 이야기들은 아니다. 강원도립극단이 지난 20~22일 춘천문화예술회관에 올린 창립10주년 기념 뮤지컬 ‘유정 봄을 그리다' 는 이 내용들을 전면에 공개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김유정의 작품은 수많은 무대 위에 올랐지만 정작 개인의 인생을 다룬 작품은 없었다. 비극이기 때문이었을까. 후세의 사람들이 추억을 떠올리는 것을 망설이게 하는 김유정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서 눈길을 끌었다. 뮤지컬 속에 ‘금따는 콩밭', ‘봄·봄', ‘소낙비(소나기)', ‘산골나그네'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주된 내용이라기보다 김유정의 삶을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해 사용됐다.

극 속에는 새로움이 가득했다. 그가 야학을 가르친 ‘금병의숙'이나 당시 농촌지역을 유랑하며 술과 몸을 팔았던 ‘들병이'의 존재에 대해서도 쉽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 당시 농민들의 현실과 일제강점기인 시대적 배경이 생생했다. 김유정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테다. 하지만 작품은 김유정에 대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생각은 내려놓고 그의 삶에 집중하게 했다. 청풍 김씨 문중 사람인 김혁수 도립극단 예술감독이 쓰고 연출했기 때문에 이번 작품이 가능하지 않았을까도 생각했다. 박녹주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혈서를 쓴다거나 녹주가 탄 가마를 가로막는 김유정의 모습은 정당화될 수 없는 지점이겠다. 작품은 현신의 유정과 영가(육체 밖에 따로 있다고 생각되는 정신적 실체)의 유정을 등장시켜 극을 전개하며 관객들에게 때론 유정을 질책하거나 또는 사랑하도록 했다.

이번 뮤지컬에는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배우들, 도립극단 배우단원 3기, 강원도 원로 배우들을 비롯해 특별 출연하는 소리꾼 김지희, 가수 김한림, 안형국 무용가까지 총 23명이 출연했다. 배우들의 앙상블로 광복을 기원하는 노래는 뭉클함을 안겼고 무대 마지막을 장식하는 ‘봄을 그리다'는 희망을 그렸다. 봄을 꿈꾸고, 봄을 기다렸던 김유정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이번 뮤지컬을 시작으로 훗날 김유정의 삶을 다룬 또 다른 작품들도 기대하게 만들었다. 공연은 오는 26일 속초, 다음달 강릉, 태백, 정선, 삼척, 영월, 경기 하남 순으로 이어지며 7월에는 경주에서도 관객들을 만나게 된다.

이현정기자 together@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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