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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가구 월평균 소득 증가, 물가 못 잡으면 의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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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하며 482만원 선까지 뛰었다. 통계청의 ‘2022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82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 분기의 464만2,000원에 비해 10.1% 오른 수치다. 가계소득 통계 발표가 시작된 2006년 이후 가계소득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득유형별로 보면 근로소득이 306만2,000원으로 전년보다 10.2%나 늘었다. 근로소득은 전체 소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로 처음으로 10% 넘는 증가율을 보였다. 이어 사업소득은 전년 동 분기에 비해 12.4% 늘어난 86만2,000원이었다.

통계청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으로 서비스업 업황이 개선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정부가 코로나19와 관련해 지급한 다양한 지원금 등이 포함된 공적 이전소득도 9.5% 늘어난 54만4,000원을 기록하며 증가세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저소득 영세사업자의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1분위 가구는 근로소득(34.2%), 재산소득(14.4%), 이전소득(12.7%) 등이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사업소득만 7% 감소했다. 코로나19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소득이 오른 만큼 지출이 늘어나지는 않았다. 지난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53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4.7% 늘었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소비지출은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물가가 오르면서 가정용품·가사서비스, 식료품, 교통 등에서는 지출이 실질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비롯한 1분기 비소비지출도 96만5,000원으로 1년 새 10.5% 뛰었다. 1분기 소득·분배지표는 개선됐으나 현재 경제가 엄중한 상황이라 향후 개선세 지속 여부는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소득이 10% 이상 늘었는데 명목지출 증가율은 4.7%이고 실질지출 증가율은 불과 0.8%다. 예전과 달리 물가가 크게 오르다 보니 지갑에서 나가는 돈만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세금 부담도 커졌다. 소득이 늘었지만 써 보기 전에 빠져나가는 꼴이다. 성장을 지탱하려면 소비밖에 없다. 그런데 물가는 계속 치솟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내놓은 올해 물가상승률 예상치가 4.2%다. 아직도 정점은 멀었다. 금리는 더 올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벌어도 남는 게 별로 없는 상황이다. 소비가 잘될 리 없다. 물가 잡기가 최우선 과제임을 다시 확인시켜 주는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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