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월요칼럼]유전자와 정밀의료, 그리고 보안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김우진 강원대병원 진료처장 호흡기내과 교수

정밀의료는 2015년 미국 오바마 정부의 주도로 수천억원을 투자해 시작한 프로젝트를 통해 용어가 알려지면서 많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사람의 유전자 정보 등을 토대로 정확하게 진단해 최적화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는 개념으로, 현재는 좀 더 포괄적인 최신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정밀의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정보에 의거한 지식이 축적돼야 하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미국국립보건원을 주축으로 100만명 이상의 건강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강원도에서는 2020년부터 자체적으로 정밀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이를 통해 제약회사, 의료 솔루션 기업에서 활용함으로써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과 중증질환의 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21년에는 강원도 정밀의료산업 규제자유특구 지정으로 환자의 유전체 정보나 임상정보 등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해 특정 질환의 예측과 진단을 도와주는 인공지능 솔루션을 개발하는 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 의료현장에서 가장 눈에 띄게 정밀의료의 성과를 보이는 예가 항암치료에서 표적치료제를 이용하는 것이다. 같은 암이라도 돌연변이를 일으킨 유전자에 따라 항암제에 대한 치료의 반응이 다른데, 특정 돌연변이를 가진 암은 특정 표적치료제에 잘 듣기 때문에 조직검사를 하면서 어떤 돌연변이기 있는지를 알기 위해 암세포에서 유전자 검사를 하게 된다. 유명 연예인이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받은 것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고, 영화에서는 유전자를 통해 범죄를 저지를 사람을 미리 선별하는 내용도 나오지만, 아직 병의 예방에서 실제로 정밀의료를 활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앞으로 100만명 이상의 자료를 활용하는 사업들이 성과를 얻는다면 다음 세대에서는 질병을 사전에 예측하고 유전자를 기반으로 새로운 약과 치료법이 많이 나올 것이다.

여러 나라와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이유는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목적도 있지만 산업적인 측면이 있다. 좋은 데이터가 있으면 이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모일 것이고, 좋은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좋은 데이터를 잘 모아 좋은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료현장에서 쓰일 수 있는 진단법이나 치료법 개발에 활용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인력이 필요하다. 최근 지자체-대학 협력 기반의 지역혁신사업에 강원도가 선정돼 디지털헬스, 수소 산업과 더불어 정밀의료 분야의 지역혁신 생태계 조성이 추진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여기서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보안이다. 개인의 건강정보와 유전자정보는 정밀의료에서 필수적이지만, 외부에 유출된다면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데이터일수록 정보 보호와 보안이 중요하고, 보안에 대한 걱정 때문에 중요한 데이터가 정작 활용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보안 분야도 많은 기술이 개발되고 있고, 이를 위한 인력이 필요하고 보안 기술 개발도 중요한 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밀의료나 빅데이터 보안 분야는 청정 강원에서 미래의 먹거리로 투자하기에 매우 좋은 분야이다. 그러나 아직은 눈에 띄게 매출을 내는 도내의 관련 기업이 없다. 지속적인 투자, 인력 공급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하나씩 좋은 여건이 조성되고 있고, 도민의 의료서비스, 강원도의 산업 발전을 위해 강원도가 정밀의료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하면 좋겠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