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애향일기]뛰어난 활 솜씨 기념 위해?…태조 왕건의 특별한 총애?

(4) 장절공 신숭겸 평산신씨 사성 두 가지 설화

◇춘천 서면에 위치한 장절공 신숭겸 장군의 묘역.

춘천 서면 신숭겸 장군 묘역 사안도 전설 새겨져

평산서 사냥중 날아가던 새 맞혀 본관·이름 하사

왕건 개국공신들에 식읍 하사 등 사성 크게늘어

총애하는 장군 가까이 두려 개경 근처로 내려줘

장절공 신숭겸 장군 묘역은 내게 쓰디쓴 아픔을 안겨준 곳이다. 이태 전 봄, 춘천을 거의 알지 못한 채 갑자기 응시한 문화해설사 면접에서 장절공에 관한 질문이 나왔었기 때문이다. 당시로서는 장절공에 대해 금시초문이라 아무런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면접관은 타지 출신인 나의 입장을 헤아려 6개월만 공부하면 잘 알게 될 거라며 너그러이 넘겨 주어 불합격은 면했었다.

고려 개국 공신, 신숭겸 장군은 역사 시간이나 드라마를 통해 잘 알려진 인물이지만, 그의 시호인 장절공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따라서 장절공을 몰랐다는 게 그리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건만 이 일로 인해 연수 시연 주제도 장절공으로 정해 더 철저히 공부하는 계기가 됐었다. 더욱이 평산 신씨인 아내는 문화해설사로 일하게 된 남편 덕분에 장절공 추향제에 생애 처음으로 참례하게 됐다면서 크게 감격해 했었다. 이래저래 장절공 묘역은 내게는 여러모로 그 의미가 남다른 곳이다.

춘천 서면에 위치한 신숭겸 장군 묘역은 우리나라 풍수지리의 효시로 알려진 도선국사에 의해 전국 8대 명당으로 간택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굳이 도선국사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신숭겸 장군 묘역에 올라서면 그 누구라도 눈앞에 펼쳐지는 풍광에 절로 감탄하게 된다. 풍수 명당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이처럼 보통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는 곳이 바로 명당 아니겠는가.

이런 명당을 기리기 위해 장군 묘역 입구에는 동상과 함께 장절공이 돌아가신 해인 서기 927년을 상징하는 927㎝의 벽면이 서 있고 그 벽면에는 사안도(射雁圖)와 충열도(忠烈圖)가 조각되어 있다. 특히 사안도는 전설로 전해지는 신숭겸 장군의 탁월한 활 솜씨를 삼안좌익(三雁左翼)으로 표현하고 있다. 즉, 태조 왕건과 함께 개경 인근 황해도 평주(平山)에서 사냥을 하던 당시 능산 장군이 날아가던 세 마리의 기러기 중 세 번째 기러기 왼쪽 날개를 화살로 맞혀 떨어뜨렸다는 전설에 관한 설명이다. 태조 왕건은 이를 기념해 능산 장군에게 평산을 본관으로 하는 신씨 성을 사성하고 식읍 3백 결까지 하사했다고 한다. 묘역에서 이 표지판만 보는 관람객들이나 평산 신씨 후손들은 신숭겸 장군이 활 솜씨 때문에 본관과 이름을 하사받은 것으로 믿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백성에게 성이 없었던 신라 시대와는 달리 고려 창업 초기에는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사성이 급증하게 된다. 이러한 배경과 함께 다른 개국 공신들과 달리 왕건의 능산에 대한 사성과 식읍 하사가 왜 개경 근처인 평산이었는지에 관한 설명도 같이 해주는 게 좋을 듯하다. 전설이 팩트에 우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설과 팩트가 공존할 때에는 두 가지를 동시에 전달해야만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균형된 역사관을 갖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고려의 개국 공신은 신숭겸 외에 배현경, 복지겸, 홍유가 있는데 태조 왕건은 이들에게는 각각의 고향인 경주, 면천, 의성지역에 식읍을 하사하고 신숭겸에게만 개경 근처에 식읍을 줘 가까이 뒀다. 고려 태조의 신숭겸에 대한 이런 총애는 결국 이후 공산 전투에서 후백제군에 포위돼 죽을 위기에 놓인 자신을 대신해 신숭겸이 위왕대사(爲王代死)할 수 있는 강력한 모티브가 된다. 따라서 전설은 전설대로 전하고 설명하되 장군이 위왕대사할 수 있었던 배경도 같이 설명해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편 18세기 세도가이자 순조의 장인인 김조순이 쓴 신숭겸 신도비에 따르면 세 기의 신숭겸 묘역 봉분에 관해서도 두 가지 설을 같이 설명하고 있다. 즉, 금으로 만든 장군 두상의 도굴 염려에 따른 것이라는 설과 부인이 둘이었을 가능성이다. 따라서 세 기의 봉분에 관해서도 두 가지 설을 모두 병기한 표지판을 세워야만 관람객들에게 올바른 지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장절공 묘역을 방문하는 관람객들, 특히 어린이들은 묘역 입구의 신숭겸 장군 동상을 광화문의 이순신 장군 동상 복제품 정도로 알고 있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순신 장군을 연상시키는 이 신숭겸 장군 동상 투구에 금빛을 얹어 차별화하면 어떨까?

박의서 춘천문화관광해설사

가장 많이 본 뉴스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