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태풍루사 50일]`자원봉사자가 없다'

-수해지 추석후 썰물...수확철 일손 모자라 발동동

 수해 복구의 길은 아직도 멀지만 자원봉사자가 없다.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영동지역 시외곽지역과 농촌지역은 아직도 처참한 파괴의 현장 그대로의 모습이지만 전국에서 몰려오던 도움의 손길은 끊어진지 오래됐다.

 하루 1,000여명 이상씩 몰리던 수해지역 자원봉사자는 1주일에 10명도 되지 않는다.

 응급복구에 나섰던 군장병들과 경찰 공무원 자원봉사자들이 추석을 전후로 썰물처럼 빠져 나간뒤 수확을 못한 농민들은 모래밭으로 변하고 푸릇푸릇 새싹이 돋는 농경지만 바라보며 한숨짓고 있다.

 수해를 입은 농경지는 기계를 이용한 수확이 불가능해 수행 당시 그대로 널브러져 있는데다 업친데 덮친격으로 잦은 비와 서리까지 내려 농심만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농민 김지국(71·양양군서면용천리)씨는 “일부 논은 일손이 없어 아예 수확을 포기하고 겨울철 먹을 양식이라도 건지기 위해 벼이삭을 뜯었다”며 “도정을 해도 싸라기가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수해지역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벼베기, 밭작물과 과일 수확, 컨테이너의 월동준비지만 노인들만 남은 농촌현장은 일손부족으로 손조차 못대고 있다.

 최오길(59·강릉시사천면노동상리)이장은 “벼베기와 주택복구공사, 월동준비 농경지배수로 보수 등이 필요하지만 엄두도 못내고 있다”며 “웃돈을 주어도 일손을 구하지 못한다”고 했다.

 강릉경실련 최복규간사는 “침수되고 반파된 주택을 중심으로 응급복구작업을 끝내고 농작물 수확을 지원하지만 인력이 부족해 도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곳이 태반이다”며 “지난 19, 20일 내린비로 응급복구를 했던 도로마저 유실돼 수재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말을 이용해 수해지역 자원봉사 활동을 펼쳐온 인터넷 다음카페 자원봉사팀인 '여기는 수해현장 강릉입니다' '퍼니퍼니'회원들도 자원봉사자 모집에 애를 먹고 있다.

 권혁록(40·경기도고양시화정1동)씨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울 등 수도권주민들은 수해복구가 끝난줄 알고 있다”며 “언론에서 아직도 참담한 수해현장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해지역 자원봉사활동을 총괄해 온 강릉시자원봉사센터에는 봉사자들의 신청이 거의 끊겼다.

 그나마 강릉대 학생회에서 지난 14일부터 오는 30일까지를 수해농민 돕기 캠페인 기간으로 정하고 단과대학별로 100명씩 돌아가며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강릉시종합자원봉사센타 윤민희간사는 “수해 농촌 곳곳이 일손이 필요하지만 추석을 계기로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끊겨 농심이 타들어가고 있다”며 “다시한번 전국적인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金石萬기자·smkim@·趙上瑗기자·sangwon@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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