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창간특집]유라시아의 거점 블라디보스토크를 가다

대륙으로 웅비하는 강원도 … 유럽 향한 ‘철길·뱃길’ 연다

◇동해항과 항로개설이 추진중인 블라디보스토크항과 시내 전경. 현재 속초항에서 출발해 자루비노·훈춘∼블라디보스토크로 이어지는 백두산항로가 2000년부터 운항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박승선기자

유라시아시대의 거점으로 떠오른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인천공항에서 두 시간 조금 넘게 날아 도착한 블라디보스토크공항은 이곳이 이제 러시아 극동지역의 중심도시에서 벗어나 대륙의 관문이 됐다는 것을 보여 주듯 붐비고 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공항은 블라디보스토크항 및 블라디보스토크역과 함께 유라시아시대를 주목하고 있는 세계인의 발길을 모으는 곳이다.

동해선 철도 연결 시 ‘강릉∼두만강역 잇는 한반도종단철도’ TSR 만나

한·러 천연가스 수출·입로 삼척 연결 방안 유력 … 동해항로 내년 가동

블라디보스토크시의 외곽에 위치한 이 공항에서 50여분을 버스로 이동하니 블라디보스토크항이 모습을 드러냈다.

블라디보스토크항은 군사항에서 지금은 동북아시아 교류의 거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항구는 블라디보스토크가 ‘동쪽(보스토크)을 정복하다(블라디)’는 의미를 지니고 있듯이 러시아가 태평양 진출을 위해 전략 요충지로 삼았던 곳이다.

이 요충지는 1992년 개방으로 ‘외국인 금지 구역’ 에서 국제교역항구로 바뀌었다.

지금은 1,000개가 넘는 외국기업 대표처, 세계 각국의 영사관이 들어선 상업 거점이자 동아시아에서 시베리아, 유럽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항구는 수백개의 기중기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 항구의 중심부에 속초항을 출발해 이제 막 입항한 동춘호가 자리 잡고 있었다.

북한 국기가 선명하게 새겨진 철선과 다소 거리를 두고 정박해 있는 동춘호의 모습은 이 곳을 통해 대륙으로 향하고 있는 강원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항이 동아시아 거점 항구로 자리잡은 것은 이 항이 철의 실크로드로 불리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출발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블라디보스토크역은 여객터미널을 사이에 두고 항구와 붙어있다.

동해선 철도가 연결되면 강릉∼고성∼원산∼두만강역을 거치는 한반도종단철도가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시베리아횡단철도와 만나게 된다.

연해주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와 중국이 최근 북한의 나진·선봉 경제특구 개발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러시아 정부는 최근 함북 나진과 러시아 연해주 지역의 하산 구간 철도 50㎞ 개수공사에 착수했다.

러시아는 5,400억원 가량의 공사비를 전액 부담하며 나진항의 컨테이너 부두 보수 공사에도 들어갔다.

철도 공사가 2∼3년 후 완공되면 한반도에서 시베리아 철도로 연결되는 새로운 수송로가 열리게 된다.

강원도가 주도하고 있는 동북아지사성장회의에서도 북한의 나진·선봉,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한 각 지방정부간 교류 확대 방안이 적극 논의되고 있다.

항구에서 만난 연해주 정부의 해양설계 및 기술연구소 관계자는 “러시아는 세계 운송항로의 세계화에 큰 관심을 지니고 있으며 여기에서 연해주, 특히 블라보스토크가 큰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의 한·러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천연가스 수출입에 합의함에 따라 블라디보스토크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천연가스는 장기적으로는 파이프로 수송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나 우선은 해상을 통해 운송될 전망이다.

이 경우 러시아의 천연가스는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해 바로 삼척으로 연결되거나 북한 나진·선봉을 거쳐 삼척으로 오는 방안이 유력하다.

항구와 역을 벗어나 블라디보스토크 시내로 들어서니 ‘송파’ 방면 운행지 표시를 한 시내버스가 달리고 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가 동북아를 벗어나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교역도시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한국의 중고 시내버스를 많이 수입했기 때문이다.

수입된 한국산 시내버스를 별도의 도색 없이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블라디보스토크 주변의 그라스키노 유적에서는 고구려와 발해의 토기, 불상 등이 출토되었다.

연해주는 발해의 주영역이기도 했다.

또 1860년에 한인 13가구가 최초로 연해주로 이주한 뒤 1920년대에는 수십만명의 한인이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한 연해주에 거주했었다.

이 같은 역사를 지닌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해 최근에는 강원도가 대륙으로 진출을 시작하고 있다.

■강원도와 블라디보스토크

현재 속초항에서 출발해 자루비노·훈춘∼블라디보스토크로 이어지는 백두산항로가 2000년부터 운항되고 있다.

이 항로는 TSR과 연계되는 중고차 및 중장비 수출항로로 자리 잡고 있다.

동해항에서는 일본 사카이미나토항과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운항하는 크루즈페리항로 개설이 추진되고 있다.

올해 안에 선박 확보 및 동해항 터미널 리모델링이 끝나면 이르면 내년 2월부터는 이 항로가 전격 가동된다.

이밖에 속초항과 일본 니가타, 자루비노 항로도 내년 2월 취항을 앞두고 있다.

자루비노는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도는 시베리아횡단철도와 동해선철도 연결을 위해 필요한 동해북부선 강릉∼저진 구간 공사를 정부에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동해선 철도와 시베리아횡단철도가 연결되면 도는 유라시아의 무역 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함영래 도 환동해출장소장은 “블라디보스토크는 강원도가 대륙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이며 이미 많은 준비가 끝난 상태여서 내년부터는 강원도∼블라디보스토크 간 교역, 교류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구 소련 극동함대 근거지

1860년에 러시아 군사기지로 세워진 블라디보스토크(Vladivostok)는 동해 연안의 최대 항구도시이자 군항이다.

구 소련 극동함대의 근거지였고 북극해와 태평양을 잇는 북빙양 항로의 종점이다.

항만은 표트르 대제만(大帝灣)에서 남쪽으로 돌출한 무라비요프아무르스키 반도 끝에 있으며 철도 역이 있는 임항역(臨港驛)의 북쪽이 시의 중심지이다.

1856년부터 항구와 도시의 건설이 시작되었고 1890년대부터는 무역항으로서의 기능이 커졌다.

연해지방 최대 어업기지이기도 하다.

포경선·게 가공선·냉동선의 근거지이며 면적은 16만5,900㎢이다.

블라디보스토크=이규호기자hokuy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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