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南北 정치적 이해관계 떠나 성사되기 쉬운 교류부터 시작하자”

제8회 DMZ 국제평화 심포지엄

하루키 “6개국 시민이 참여하는 또 다른 6자회담 필요”

조동준 “지뢰 제거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현실성 떨어져”

황지욱 “철원 대북 물류전진기지로서의 기회 선점해야”

김동일 “DMZ평화상 12월→ 6월로 옮겨 확대 개최해야”

최병수 “통일 문제도 주변 열강에 좌우되는 것은 비극”

김범수 “지뢰문제 해결 지역개발 연계 가능성 따져봐야”

남기정 “철원 다양한 6자회담 유치 통일 교두보 役 가능”

서경원 “'Dream Making Zone'으로 발상 전환해야”

내년은 DMZ(비무장지대)가 생겨난 지 60주년이 되는 해로 DMZ가 품고 있는 평화의 메시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남북문제는 양자만의 문제를 넘어 한반도 주변국의 이해관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서 남북평화협력을 위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양측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도와 철원군, 강원발전연구원, 강원일보사가 공동 주최하고 DMZ학술원이 주관한 제8회 DMZ 국제평화 심포지엄이 지난 27일 오후 철원군청 2층 회의실에서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열렸다.

■ 기조연설

△ '6·25 한국전쟁과 평화(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 한국전쟁은 기본적으로 남북 간의 전쟁이었기에 평화통일의 주체도 당연히 남·북한이다. 하지만 미국 중국 소련 일본 대만 등 주변국이 깊숙이 관여하고 있고 이 전쟁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 한국전쟁을 남북으로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동북아시아로 확대 해석해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남북전쟁이었다고 하더라도 복잡하게 얽힌 문제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6자회담이 중요하다. 동북아를 갈라놓는 영토문제를 비롯해 북한의 핵개발, 통상 병기의 군축, 역사문제 등도 6자회담에서 논의되기를 희망한다. 이를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6개국 시민의 또 다른 6자회담을 조직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민간 경제분야, 청소년, 문화 등의 교류로 연대하는 것이다. 교류는 소통의 시작이고 마음을 열게 하는 대화의 채널이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성사되기 쉬운 교류부터 시작해야 평화통일이 가까워질 수 있다.

■ 주제발표

△ '국가안보와 인간안보 간 담론 경쟁과 대인지뢰금지규범의 확산(조동준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 대인지뢰 피해자가 철원에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다. 단순히 철원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사회문제다. 민간 NGO인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에서 1996년부터 대인지뢰를 어떻게 다뤄왔는지를 바라보면서 정치 환경의 변화에 따라 크게 변화하는 것을 발견했다. 김영삼 대통령 재임기 대책회의는 대인지뢰로 인한 민간인 피해를 드러내 국방부와 불편한 관계를 가졌다. 김대중 대통령 재임 기간 대책회의는 대인지뢰로 인한 민간인 피해를 조사하고 대중에게 알리는 데 집중했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기 대책회의는 국방부, 국회와 함께 대인지뢰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입법활동과 로비에 관여하기도 했다.

지뢰 제거에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지뢰 제거로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주장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역 발전의 장애요인인 지뢰를 제거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경제적 효과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사회적으로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다.

△ '통일 담론과 철원의 지정학 가치(황지욱 전북대 도시공학과 교수)' = 북핵 등 특정사항이 해결된다고 근본적으로 남북 간의 상호 신뢰가 회복될 수는 없다. 남북의 통일 정책이 상호 체제 붕괴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불안감이 유발되는 측면이 강하다. 불신의 논리는 반복적으로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신뢰가 회복되려고 하면 곧이어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갈등 상황이 재현돼 왔다. 해답을 찾기 어려워졌다. 그렇기 때문에 통일을 위한 담론을 잊지 말고 기억하자고 주장한다. 통일은 특정계층이 아닌 한반도 모든 겨레에게 혜택이 주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다양한 인적 물적 교류를 지속했지만 통일 이후에도 심각한 후유증을 겪었다. 통일은 갑자기 이뤄지지 않는다. 평화통일은 서로 자주 만나 사귀고 알아가며 믿음을 주고받는 가운데 얻을 수 있는 결실이다. 이것이 상식이다. 철원은 한반도의 중앙에 위치해 있다. 경원선이 관통하는 지역이다. 대북 물류창고의 전진기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철원은 경원선의 남북간 복원을 통한 대북 물류전진기지로서의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 철원의 평화지대 구상을 현실성 있게 수정하고, 북측과 공동으로 이뤄 나갈 수 있는 실천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 종합토론(좌장:김재한 DMZ학술원장)

△ 김동일 도의원 = 철원이 한반도 평화의 중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주장에 공감한다. 한국전쟁 시 철원은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지역이다. 백마고지, 땅굴 등 전쟁의 상흔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가는 길은 가능성이 열려 있으나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철원은 군사 요충지로 인해 제약을 받고 있다. 또 평화와 번영 통일의 시대를 만들어 가는 지역이기도 하다. 철원은 한반도의 중심이다. 중앙통로다. 중심 물류 기지다. 미래로 여는 길이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는 없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강원도에서는 평화문화 광장, 고성의 DMZ박물관, 북고성과 남고성 교류사업을 벌였지만 걸림돌이 많다. 작은 사업을 하나씩 풀어가야 하는데, 진전이 없어 아쉽다. DMZ평화상도 12월이 아닌 6월로 옮겨 확대 개최하고, 역대 수상자들이 1년에 한 번씩이라도 만나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으면 한다.

△ 최병수 강원일보 편집국장 = 일본을 대신해 한반도가 분할돼 현재까지 고통받고 있다는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의 분석에 동의한다. 한국전쟁을 동북아시아전쟁이라고 평가했다는 점도 생각이 같다. 하지만 동북아시아전쟁으로 규정하고 어떻게 풀 것인가에 대한 6자회담을 제안했는데, 결국 한반도의 문제를 주변 열강에 맡겨 해결해야만 하는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결국 한반도가 주변 열강에 의해 분단의 고통을 받았는데, 통일 문제도 주변 열강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 비극이다. 내년은 DMZ가 생겨난 지 60년이 되는 해이고, 지속적으로 평화통일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과연 평화통일이 가능할까도 의문이다. '평화'라는 외침만 있는 통일문제가 고착화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민족적 가치보단 개인적 가치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 통일의 당위성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조속한 시일 내 통일할 수 있는 대안은 없는지 묻고 싶다.

△ 김범수 강원발전연구원 DMZ연구센터장 = 기조연설에서 한국전쟁을 동북아전쟁으로 규정한 부분이 강원도가 갖고 있는 변화와 상당히 일치한다. 한국은 동북아권에서 경제를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경쟁은 치열해졌다. 지정학적인 면에서 강원도는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DMZ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유일의 분단도다. 지뢰문제에 대해서 접경지역 경제기반의 수단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국방연구원에서 지뢰 제거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지역의 경제기반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뢰문제 해결이 지역개발로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따져보는 토론이 진행됐으면 한다. 이제 통일은 경제에 포커스가 맞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 = 일본을 대신해 한국이 분단의 비극을 맞게 됐다. 일본은 기지로, 한국은 전쟁터가 됐다. 60여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은 여전히 기지국가적인 속성을 갖고 있다. 통일의 과정은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들과 별개로 진행될 수 없다. 6자회담은 필연적 결과다. 동북아시아의 휴전체제 속성이 남아 있는 한 6자회담은 존속될 것이다. 외부적인 환경을 움직이면서 정치적 조건을 성숙시켜 나가야 한다. 와다 하루키 교수의 주장처럼 청소년과 경제 등 여러 가지 형태의 6자회담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으로 원자력 발전이 도마에 오르고 있는데 이러한 원자력 관련,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6자회담을 만들 수 있다. 스포츠 공연예술 등 젊은이들을 위한 경쾌한 6자회담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철원은 다양한 6자회담을 유치해서 통일의 교두보 역할을 맡아야 한다. 외연을 넓히고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

△ 서경원 철원부군수 = 철원은 남북 접경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013년은 DMZ 설정 60주년을 맞는 중요한 해다. 새로운 정부의 출범으로 남북관계의 변화도 예상된다. 강원도가 DMZ의 차지하는 비율이 60%가 넘는다. 강원도가 주도해야 하고, 철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통일이 다가오는 시점까지 비무장지대에 대한 새로운 인식 조명이 필요하다. DMZ에 대한 기존의 인식은 통일보다 분단의 현실을 인정하는 수준이었다. 체제를 수호하는데 더 집중됐다. DMZ가 드림메이킹존(Dream making zone) 즉, 꿈과 희망이 시작되는 곳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분단으로 가장 고통을 받고 있는 철원지역민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DMZ의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DMZ는 이전에 주민이 살던 생존의 공간이었다. 지난 세월 지역 주민들은 규제 속에서 살아왔는데, 통일 이후에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돼야 한다.

△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 한국전쟁 당시 비극적인 전장이었던 철원에서 평화통일에 관한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느껴진다. 많은 심포지엄에 참가했지만 거의 대부분 서울이었다. 전쟁의 참상을 엿볼 수 있는 공간에서 평화통일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평화통일의 상징성을 지니고 있는 철원은 앞으로도 이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또 철원에 있는 DMZ가 주민들의 생활터전이었다는 말에 공감이 갔다. 통일 이후 DMZ가 삶의 터전으로 복원되는 것도 당연하다고 여겨진다. 또 이에 대한 철원 주민들의 열망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비정상적인 역사로 인해 최근 60여년간 DMZ에 접근이 어려웠고, 자연스럽게 생태보존구역이 만들어진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바람직한 해결방안을 논의해 가는 과정도 중요해 보인다.

정리=김상태기자 stkim@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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