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중언]촛불집회

촛불은 이젠 시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도구가 됐다. 구하기 쉬운데다 촛불만큼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도 드물기 때문이다. 자기 몸을 태워 주위를 환하게 밝히는 희생, 어둠을 몰아내는 빛, 죽음을 이겨내는 생명, 잘못된 자신과 사회를 되돌아보는 성찰 등 다양한 뜻이 농축돼 있다. 촛불은 수천 마디 말보다 더 큰 민중의 힘을 보여주기도 해 비폭력·평화적 시위와 동의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촛불집회는 대개 일몰 후 광장 등에서 벌어진다. 시민들이 하루 일을 끝내고 자연스레 함께할 수 있는데다 대중의 시선을 한 번에 잡기 위함이다. 약한 바람에도 꺼지기 쉬운 불꽃이나 수많은 촛불이 모이면 거대한 빛의 저수지를 이룬다. 시각적 효과로 가볍게 여길 수 있지만 침묵 속에 담긴 강렬한 의사 표현과 여론의 결집을 읽게 한다. ▼촛불집회는 현대사를 바꿀 만큼 우리의 시민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92년 한국통신이 인수한 PC통신 케텔(나중에 코텔)을 하이텔로 바꾸면서 유료화하려 하자 어느 사용자의 제안으로 항의 집회가 일어난 것을 최초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전국적인 대규모 촛불집회는 2002년에 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두 여중생을 추모하는 시위였다. 당시 광화문 앞에서 펼쳐진 이 시위를 계기로 촛불집회는 한국의 대표적인 시위문화가 됐다. 2004년에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국가보안법 반대 등 촛불시위가 이어져 여론의 흐름을 주도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국민의 눈과 귀를 집중시켰다. 일반 시민은 차치하고 급기야 중·고교생까지 가세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는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옥외 집회 또는 시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지만 문화제 형식의 촛불집회는 쉽게 끝나지 않을 듯하다. 경찰이 사법 처리를 시사하자 야당과 시민단체가 일제히 ‘집시법 위헌’을 외치며 법 개정 추진에 나설 정도로 촛불집회를 보는 시각 또한 판이하다. 촛불만큼 위태로운 ‘촛불집회의 지위’가 어떻게 바뀔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조광래논설실장·krcho@kwnews.co.kr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