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원포럼]학교서 민족무예 가르치자

유근직 한림성심대 교수

예부터 우리 민족은 활을 잘 쏘며, 무예와 수렵을 즐기는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인들이 우리 민족을 가리켜 동이족(東夷族)이라 불렀던 사실이나 고구려 고분벽화에 등장하는 수박도(手搏圖)나 수렵도(狩獵圖) 등이 이와 같은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서양인들이 즐겼던 스포츠 못지않은 신체문화가 우리나라에도 존재하였다. 서양에 축구(Football)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축국(蹴鞠)이 있었고, 말을 타고 경기를 하는 폴로(Polo)와 유사한 격구(擊毬)도 있었으며, 그들에게 레슬링이나 복싱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각저(角抵)와 택견이 있었다.

그리고 양궁과 펜싱에 견줄 수 있는 국궁(國弓)과 검술(劍術)이 있었으며, 이 밖에도 그네뛰기 강강술래 차전놀이 등 절기에 맞춰 행하던 신체문화가 많았다. 특히 조선시대 최고의 마상무예인 마상재(馬上才)는 조선통신사를 통해 일본에 소개될 정도로 그 인기가 높았다. 이들 전통적 신체문화는 지금은 비록 서양스포츠에 밀려 성행하고 있지는 않으나 선조의 얼과 혼이 담겨있는 우리의 훌륭한 문화유산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혼과 문화를 말살하여 일본 신민(臣民)으로 만들려는 식민지 정책에 의해 민족무예나 전통적 몸짓은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구실 아래 금지되거나 탄압받았으며 그 대신 일본의 검도, 유도, 당수도 등이 장려되었다. 심지어 어린아이들이 즐기는 놀이에 있어서도 우리 민족 고유의 놀이를 금지하고 일본의 민속놀이를 장려하였다. 그 결과 우리의 민족무예와 전통적 몸짓은 점차 침체, 쇠퇴되어 갔으며 민중의 기억으로부터도 멀어져 갔다.

그 후 광복을 맞이하여 우리의 전통적 신체문화를 계승·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였으나, 이번에는 미국의 간섭과 영향 아래 서양 스포츠 중심의 교육과정이 구성되어 체육 수업이 실시되었다. 전통적 신체문화에 대한 이해와 자긍심의 부족으로 인해 우리의 것이 아닌 서양 전래의 스포츠가 장려되고 교육됨으로써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중심적인 신체문화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패전 후 일본의 교육상황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점령군인 미군청의 통제 아래 일본정신 함양의 도구로 이용되었던 검도와 유도가 배제되고, 서양 스포츠 중심의 체육 교육과정이 구성되어 장려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미국의 반대를 극복하고 유도와 검도를 교육과정에 포함시켜 교육함으로써 자신들의 전통문화를 보존해 온 것은 우리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학교 체육의 목적이 계획적인 신체활동을 통해 건강과 체력을 향상시키는데 있다고 한다면, 굳이 서양 스포츠만을 교재로 하여 교육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전통적 신체문화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어 있고, 인기가 있는 서양 스포츠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서양 스포츠와 함께 우리의 전통적 신체문화를 체육 교육과정에 포함시켜 교육함으로써 학교체육의 목적 달성과 함께 전통문화의 계승이라는 기능까지 수행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신체문화인 태권도가 종주국인 우리나라 학교 체육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더구나 태권도가 청소년들의 신체단련과 정신수양에 효과가 크다는 사실이 많은 연구논문에서 증명되어 있지 않은가.

서양인들조차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비인간화의 모순을 드러내고 있는 서양 스포츠를 대신하여 동양의 무도나 요가 등에서 신체문화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가 잘 행하지 않는 것을 어떻게 그들에게 권장하고 보급할 수 있겠는가. 비록 늦기는 하였지만,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전통적 신체문화를 학교 체육의 공식 프로그램으로 채택하여 장려함으로써 학교 체육의 목적 달성과 함께 우리의 전통문화를 계승·발전시킬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유근직 한림성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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