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원포럼]사회적 경제 - 내가 속한 공동체를 지키려는 마음

김신양 성공회대 교수

가장 정치적인 민족이었던 로마의 말로 '산다'는 '사람들 사이에 있다'라는 뜻이고 '죽다'는 '더 이상 사람들 사이에 있지 않다'는 뜻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사람이란 태어나면서부터 사람들의 관계 속에 존재하며, 그 관계를 이루는 망인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이 인간의 조건으로부터 출발한다면 사회적 경제는 사회의 관점으로 경제를 사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의 관점으로 경제를 사고한다는 의미는 우선 국가나 시장의 관점에서 경제를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경제를 사고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경제라는 것을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시장)을 중심으로 사고하거나 국내총생산(GDP)으로 표현되는 국가를 중심으로 생각해왔다. 그런데 국가나 시장이 뭔가? 그것은 사람이 잘살기 위해 만든 제도가 아니었던가? 사람인 우리가 만든 제도에 근거하여 경제를 사고한다는 것은 행복하게 살기 위하여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사는 것과 같이 주객이 전도된 것이며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 것이다. 사회는 국가와 시장 이전에 존재하였고, 사회가 국가와 시장이라는 근대적인 제도를 만들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경제의 위기가 국가의 위기를 초래하며 급기야 사회까지 위기에 빠뜨리게 되었다.

외환위기를 겪은 후 한국사회는 허리띠를 졸라매며 일을 한 결과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았던 긴 터널을 탈출했지만 사회는 극심한 빈부와 소득 격차, 사회적 배제, 사회양극화 등으로 위기를 맞게 되었다. 사회의 위기는 경제위기나 정치위기보다 더 근본적이고 위험한 것이다. 왜냐하면 사회가 굳건해야 경제위기나 정치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지만 사회에 균열이 생기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실례로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당시, 시장은 풍비박산 나고 기업들은 구조조정으로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모는데 국가는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만 할 수 있을 뿐 늘어나는 노숙인과 해체되는 가정을 지킬 수 없었다. 그때 길거리의 노숙인에게 밥을 먹이고, 실업자의 생계를 지원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면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갔던 것은 풀뿌리단체를 비롯한 전국의 시민사회단체이다. 그것이 사회의 힘이고, 그 힘으로 한국은 경제위기를 극복했다. 사회는 결코 낱 사람(개인)이 될 수 없고 항상 복수로 존재한다. 그러니 개인이 중심이 될 수 없고 개인의 목적을 우선할 수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사회적 경제는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할 수 없는 것이다. 또 한 사회 내의 모든 생명은 이어져 있으므로 어느 한 사람도 남일 수 없다. 그러므로 사회의 관점으로 경제를 사고한다는 것은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사회는 사람이 사는 공간, 즉 자연이자 삶의 터전이다. 우리의 목숨을 이어주는 것은 돈이 아니라 공기와 물과 식량이며, 이것은 다 자연에서 나오고 자연으로 돌아간다. 사람이 이루는 사회는 자연과 분리될 수 없다. 사회적 경제활동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공동체)을 지켜 함께 살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내가 사는 마을, 나와 함께 아이를 키우고 돌보는 공동체에 대한 애착과 소속감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이렇듯 사업이라는 것, 경제활동이라는 것은 우리가 아는 것과는 달리 많은 경우 '돈벌이'가 동기가 되지 않으며 궁극적인 목적도 되지 않는다. 나와 너가 함께 처한 조건을 극복하고자 하는 '운명공동체' 정신이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함께 일을 도모하게 하는 것이다.

<강원일보·한국분권아카데미 공동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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