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수요시론]사정기관의 고위층 집까지 단속하라

김덕만 한국교통대 교수 전 국민권익위 대변인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은 올해 5월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26위로 발표했다. 지난해 9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5위와 비슷하다. 각각 전년도보다는 4~5계단 떨어졌다. 정부의 비효율성이 큰 하락요인으로 지적된다.

국가청렴수준 하락도 큰 요인이 되고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I)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청렴수준은 46위다. 10점 만점으로 볼 때는 5점 정도다. 반도체 철강 선박 자동차 등 산업경쟁력은 세계 10위권에 랭크될 정도로 잘 나가는 것에 비하면 매우 저조하다. 이 같이 청렴수준이 낮은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으나 설문조사 결과 정치권의 부패를 가장 많이 지적했다. 그 뒤를 이어 법조 건설 종교 교육 등에서 부패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자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도 좋지 않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설문대상자의 42%가 공직자는 부패하다고 답변했다.

작금의 심각한 부패 관련 수사 대상에 여의도에서 정치하는 사람들이 다수로 드러난다. 세월호 참사가 그렇고 한국철도시설공단 비리가 그렇다. 이 순간에도 10여명의 국회의원이 수사를 받고 있다. 정치인들의 부패뿐인가. 이달 들어서는 '눈먼 돈' 국고보조금 횡령을 단속하느라 부처마다 야단법석이다. 최고의 엘리트로 불리는 국책연구원들과 대학 교수들도 각종 국고보조금을 이런저런 서류 조작을 통해 빼먹고 있다. 농업보조금 복지보조금 등 끝이 없다.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이 다가오면서 사정기관마다 공직자들이 직무 관련 업체들로부터 금품이나 향응 선물 등을 받지 못하도록 단속에 나서고 있다. 주로 인허가, 인사 및 예산부서에서 일하는 공직자들이 단속 대상이다. 공무원행동강령에 따르면 공직자는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일로 인해 금품이나 선물을 받을 수 없다. 사정기관들이 1년에 보통 설 휴가철 추석 등에 이같은 단속을 벌이는데 적발된 금품은 약 3,000여 건에 이른다. 육류세트 과일상자 등 음식료품에서부터 핸드폰고리 보석 상품권 등 매우 다양하다.

이 같은 부적절한 선물은 전통적으로 관공서 주변의 찻집 같은 데서 수수되어 왔다. 요즘은 CCTV, 핸드폰 촬영 등을 의식해 택배차량을 이용하고 있다. 가끔씩 택배 또는 유통업체 리스트가 유출돼 해당 공직자들이 징계를 받는 사례가 나오기도 한다. 보내는 기관(업체)과 송신자의 직함을 쓰지 않고 접대골프 때처럼 차명을 기술적으로 도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청컨대 사정기관마다 단속 보도자료만 내는 흉내만 내지 말고 택배차량이 붐비는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부터 기초지자체의 주민센터 주변까지 들여다볼 것을 촉구한다. 국민이 박수를 칠 때까지 스스로 사정기관들의 고위층 집주소도 추적해서 단속하고, 부적절한 선물을 수수하지 않는 자정캠페인을 좀 더 다각도로 벌여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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