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원포럼]지역사회와 상생하는 대학이란?

김남현 가톨릭관동대 교수

최근 대학 기숙사 신축사업에 대한 대학 인근 원룸과 하숙집 주인들의 반발, 분쟁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수수방관 기사를 보면서, 과거 10여 년 전 가톨릭관동대에서 이와 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알려주고자 한다.

현재 전국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18%에 불과해 서울·수도권 대학의 지방 출신 대학생 10명 중 2명 정도만 기숙사에 입사할 수 있다. 2002년 우리 대학은 서울·수도권지역 출신 학생들이 55% 정도 입학하고 있었다. 학교 측은 서울·수도권 학생들의 기숙사 수용률을 높이기 위해 제5기숙사 건립계획을 구체화했다. 이 소식이 지역사회에 알려지자 학교 주변의 원룸과 하숙집 주인들은 현수막 등에 자폭하라는 용어까지 쓰면서 조직적으로 시위했다. 학교법인까지 거론하며 반발했고 시청에 집단민원까지 제기했다. 지역사회와 학교가 기숙사 문제로 극한 대립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당시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 측에서는 몇 가지 방안을 마련해 대처했다.

첫째는 지역 주민 설득작업이다. 강릉시가 중재를 해 지역주민센터와 대학 캠퍼스에서 간담회를 여러 번 개최했다. 이 과정에서 기숙사운영위원장인 학생처장을 중심으로 실무 팀장들과 함께 논리적으로 학교예산의 5분의 1을 제5기숙사 건립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와 향후 출산율 저하에 따른 입학생 감소 현상, 학교에 학생이 입학하지 않으면 원룸과 하숙집 주인들도 생존은 물론 재산권도 유지하기 어렵게 될 수도 있다는 내용 등으로 설득했다.

둘째는 양보작업이다. 대학은 지역사회와의 유대 속에서 교육뿐 아니라 경제, 문화적으로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학교 측은 장래의 상생을 위하여 8층 기숙사를 건립하려던 계획을 수정해 6층까지만 기숙사를 짓고 7, 8층은 유니버스텔의 개념을 도입했다.

셋째는 치밀한 역할 분담과 신뢰의 지속이다. 2개 층 양보는 고사하고 원룸과 하숙집 주인들 중 기숙사 건립 자체를 거부하는 강경론자도 있는 상황에서 대학 당국과 시 담당자, 주민대책위원회, 시의원들과의 꾸준하고 진지한 대화를 통해 대학기숙사는 3~4인실을 고수하고 1인실을 원하는 학생들은 원룸과 하숙집에서 수용하도록 역할 분담의 타협안을 마련했다.

넷째는 주고받는 관계가 설정된 것이다. 대학의 일관된 정책에 대한 신뢰가 유지되면서 주민대책위원회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기부하자는 운동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2003년부터 시작된 내곡 가톨릭관동장학회는 11년째 매년 1,000만여원의 장학금을 마련해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학교에서는 장학금을 후원하는 원룸과 하숙집, 일반 가게에 '내곡 가톨릭관동대 장학금 후원의 집'이란 푯말을 제작, 지원해 학생들이 알고 이용하도록 홍보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학 기숙사 운영은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타 대학과 달리 외부에 맡기는 아웃소싱(Outsourcing)이 아닌 대학에서 직접 운영함으로써 하루 3번 양질의 식사를 직접 제공해 부모를 떠나 있는 학생들을 돌보며 부모의 빈자리를 채워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국의 많은 대학이 기숙사 건립을 놓고 지역사회와 갈등을 빚고 있는데 가톨릭관동대와 강릉지역 주민들의 상생발전 사례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귀감이 되고 더 나은 방안이 도출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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