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고]한국에서 스티브 잡스가 안 나오는 이유

박철호 강원대 의생명과학대 교수

사회 변화시키는 창의력

끊임없는 훈련·노력 필요

국민 평생교육 시작할때

몇 해 전에 대학생을 대상으로 '창의리더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어렵사리 교육기부 강사를 모셨는데 참가하는 학생이 없어서 고작 10여 석(席)을 채우는 데도 번번이 애를 먹었다. 동료들도 '웬 창의아카데미?' 하며 뜨악해하는 눈치였다.

정작 사회에서는 창의적인 인재에 대한 요구가 큰데 사회 진출을 목전에 둔 대학생들이 창의력 신장을 등한시하니 답답했다. 학생들이 중·고 시절 지겹도록(?) 경험한 창체(창의체험) 활동이 낳은 부정적 효과는 아닐까 하는, 근거 없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창의력이란 새롭고 뛰어난 생각을 해내는 능력이다. 그것은 선천적으로 타고나기보다는 교육과 훈련으로, 노력한 만큼 함양되는 자질이다. 창의력은 과학기술, 문화, 예술 등 모든 면에 소용(所用)되며 개인적 창의력의 집합체가 곧 국가의 모든 학문과 문화적·산업적 발전 동력의 원천이 된다.청년들에겐 지도자의 요건(要件)이자 사회 진출을 위한 경쟁력 요소로서, 장·노년들에겐 100세 시대를 위한 지혜이며 삶의 질 향상과 치매 예방 등 건강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서 창의력의 지속적인 내재화는 필요하다. 관심과 훈련에 의해 길러진 청년들이나 성인들의 '창의력'이 '일'과 '관계'에서 많은 성과를 낸 사례는 굳이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 마윈 등 실례를 들지 않더라도 동서고금을 통해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의력 신장을 위한 체계적인 노력은 중·고 시절에 국한된 듯하다. 국내에서 근래에 초·중·고의 창의체험 교육과정, 대학의 PT(발표)경연과 같은 비교과과정은 물론 학외에도 창의력에 관한 전문서적(이론서 및 워크북), 창의 관련 재단 또는 사단법인 단체, 사이언스 TV의 렛츠메이크 (Let's make)와 같은 과학전문 방송채널의 고정적인 창의 프로그램 등 창의력 신장을 위한 인프라가 없지는 않다. 그런데도 그러한 교육과정이나 인프라가 얼마나 국민들 사이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는지는 성찰의 여지가 많은 것 같다. 특히 성인들의 창의력 개발을 겨냥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나 이벤트 또는 접근이 용이한 조직화된 체험학습의 장(場)은 찾아보기 힘들고 지역 간 격차도 큰 것이 사실이다.

대학을 포함한 각급 학교에서의 부단한 창의교육은 물론 학교 밖에서의 평생학습을 통한 창의교육 및 활동이 국가의 핵심적인 교육 문화 정책 및 투자 우선 사업으로 채택돼 많은 성과를 내기 바란다. 이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창의력 개발을 전담할 전문 인력 양성 시스템을 구축하고 우수한 '창의지도사(가칭)'들을 전국에 배치해 공공 일자리를 늘림과 동시에 '국민 창의력 신장'의 대업을 완수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바야흐로 졸업 시즌이다. 교문을 떠나는 졸업생들이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에 부합하는 창의력을 얼마나 간직했을지 궁금하다. 오늘의 졸업식이 창의력에는 '졸업'도 '나이'도 없음을 깨닫고 부단한 개발을 다짐하며 사회를 향한 첫발을 떼는 의식(儀式)이었으리라 믿고 그런 마음과 활동을 앞으로도 오래도록 유지하며 곳곳에서 대성(大成)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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