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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정암사 수마노탑 국보 승격, 새로운 역사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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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모 강원문화재연구소장

역사성 가치 입증

우여곡절 끝 쾌거

더많은 노력 통해

다양한 활용 기대

1964년 보물 제410호로 지정됐던 정선 정암사 수마노탑이 여러 우여곡절 끝에 국보 제332호로 승격됐다. 남다른 감회가 느껴지는 것은 정암사 터에 대한 발굴조사단의 책임자로서 가졌던 정암사와 수마노탑에 대한 안타까움과 초조함이 교차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통일신라 말엽에 자장에 의해 절이 세워져 있었음은 이미 여러 문헌과 고증을 통해 알려졌으나 발굴조사를 통해 그 실체가 증명된 것도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정암사는 삼국유사 기록에서 보이듯 643년 신라 선덕여왕 12년에 자장율사가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가지고 와 창건하고 수마노탑을 창건했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그 실체에 대해서는 여론이 분분했다. 특히 기록에서 알 수 있는 1713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해체 보수되거나 보수한 기록이 있었고 1972년의 해체보수 작업 중 확인된 금, 은합의 사리기는 1874년에 봉납된 것임을 탑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이러한 해체 및 보수 작업이 이뤄지면서 2012년 보존처리를 마지막으로 오늘에 이르게 됐다.

이 과정에서 수마노탑의 건립 시기에 대한 역사성과 진실성에 대한 오해가 생길 수가 있어서 신중하게 그 실체에 대한 학문적 접근이 모색됐다. 결국 2013년, 2014년 그리고 2018년에 3차에 걸친 발굴조사를 통해 시기를 달리하는 많은 건물지가 확인되고 각 건물지들의 증개축의 흔적이 발견되면서 오랫동안 중요한 사찰로 그 법등이 유지되고 있었음을 알게 됐고 출토된 유물을 토대로 시기를 비정해 수마노탑의 역사성과 진실성이 드러나게 됐다. 정암사와 수마노탑에 대한 연혁은 무론하더라도 그동안 수마노탑에 대한 여러 오해와 의문점이 해소되고 그 역사적 진실성이 밝혀지면서 수마노탑이 가지는 역사성과 실체 그리고 가치가 올바르게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지 모른다.

우리나라 석탑의 발전 과정에서 모전석탑의 전형이 온전히 실재하는 것은 수마노탑이 유일하다. 산천비보신앙의 정수를 간직하고, 불국사의 석가탑이나 다보탑처럼 그 이름을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탑이기도 하기 때문에 수마노탑이 가지는 진정성과 완전성은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앞으로도 더 많은 노력과 적극적인 활용이 기대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더구나 수마노탑이 단순히 석탑의 형상이나 형식 때문에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암사가 가지는 불교사상사적 중요성과 더불어 기록과 실체가 일치하는 진정성의 가치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삼국유사에서 기록된 정암사와 '교율정암사(敎律淨寺)'정암율사(淨聿舍)' 명문이 동일해 자장의 계율종 계열과 관련 있음과 동시에 실재적으로 존재하는 사찰이었음이 확인되기도 했다. 정암사 수마노탑이 가지는 중요성은 수마노탑 중수 시 전국적으로 사찰과 승려들이 참여해 당시의 국가나 왕실과 관계가 있었음을 알 수가 있다. 또한 승려뿐만 아니라 많은 속인도 참여해 불사를 마무했다는 점은 다양한 계층이 참여한 대규모 불사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마노탑이 가지는 진정한 가치와 위상을 정립하려는 남다른 노력뿐만 아니라 이를 통한 역사·관광자원 활용은 물론이려니와 수마노탑이 가지는 정체성과 정암사의 역사를 통합한 이야기가 있는 문화자원을 도출하고 다양한 활용계획이 필요할 것이다.

정암사는 자장의 역사적 장소성과 불교사상사적 정통성을 가지고 있고, 가람배치의 특수성, 수마노탑의 모전석탑의 전형 계승 등 훌륭한 역사문화유산으로서의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오랜 세월을 통해 현현한 정암사 터와 수마노탑이 다시 과거에 묻히지 않도록 빛나는 시간으로 치환하는 후인들의 비상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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