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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칼럼]도시녹지 확충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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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 상지대 환경조경학과 교수

기후변화로 겨울에 동면하는 개구리가 2주 정도 빨리 잠을 깨고 활동을 시작한다. 식물도 마찬가지다. 잎이 일찍 달리고 꽃이 빨리 핀다. 식목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구에 사는 인간을 포함한 많은 생물은 오랜 기간 적응해 온 기후의 급변으로 살아가기 많이 힘들어졌다. 원인은 인간의 경제활동이 너무 왕성해졌기 때문인데, 대표적으로 화석 연료를 많이 사용하면서 생태계 훼손과 생활 편리성 추구를 위한 과도한 소비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지배적 의견이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탄소중립사회를 선언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탄소 흡수원 확보, 탄소포집기술 개발, 저탄소산업 구조로의 전환, 재생가능 에너지원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실행하고 있지만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인공구조물이 압도적으로 많고 인간 생활의 편리성과 경제활동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도시지역'에서 전 인구의 90% 이상이 살고 있는 우리나라는 더욱 힘든 상황이다. 그래도 탄소중립을 위한 길에 우리 모두 동참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극단의 대책을 강구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기후변화는 20~30년 안에 지구 생물의 25%를 사라져 버리게 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그래서 UN은 5월22일을 '생물다양성의 날'로 정하고 지구인의 탄소 저감, 생태환경 보전과 복원, 생태계 파괴를 일으키는 개발지향적 정책의 제고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도시 녹지는 탄소흡수원이자 생물 서식처로서 확충이 필요하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기온이 상승하면서 나무와 풀에 꽃이 피고 신록이 피어나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이런 좋은 기분을 가지고 있다가도, 가로 공간 전선 아래 목이 잘려 잎을 달고 있지 않은 나무를 보거나 나무 밑동이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로 덮여 있어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은 50년생은 돼 보이는 나무를 만나거나 공공기관이 조성한 신도시 내 공원에서 잎 전체가 말라 있는 나무들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인간 이외의 다른 생명체에 대한 예의와 배려가 없는 것이 원인일 것이다.

어떤 공사를 제대로 못해 문제가 생기는 것을 개선하는 것을 '하자 보수'라 한다. 토목, 건축 분야와 같이 인공 구조물을 다루는 분야에서는 이런 말이 타당하나 나무와 풀과 같은 생명체를 다루는 분야에서는 적합하지 않은 말이다. 생명체가 잘 살 수 있도록 인간이 역할을 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나무 목이 달아나고, 심은 나무 가지가 죽는 장면은 '하자 보수'를 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이 반영돼 생명체에 대한 배려가 결여돼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런 관례가 깨지지 않는 한 우리는 기후변화를 극복하고 풍요롭고 쾌적한 도시환경 속에서 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하기에 도시에 확보한 녹지는 시민들의 생태환경 교육공간으로 활용돼야 한다.

강원도 산림 비율은 전국에서 최고로 높지만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도시의 녹지면적 비율은 낮고 그 질은 다른 지역에 비해 떨어진다. 집에서 바로 나오면 녹지를 만나고 이것이 끊기지 않게 연결돼 있으며 풍부한 잎을 단 다양한 식물이 빽빽이 들어차 있어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를 흡수하고 동물들이 서식·이동하기 좋은 공간이 되며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적절히 이용됐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도시 내 녹지를 많이 확보하고 다양한 동식물이 잘 살아가도록 해야 사람들도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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