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네거티브' 몰아칠수록 유권자가 중심 잡아야 한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3·9 대선 후보들의 책자형 공보물이 각 가정에 배달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능력'을 강조하며 경제대통령을 부각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부동산 해법, 육아 정책, 청년, 외교·안보 정책 등을 담았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과학자, 의사, 기업인 등 여러 분야에 전문성이 있다는 점을 앞세웠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주4일제 복지국가'라는 정책 슬로건을 넣었다. 선거에서 정책, 공약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유권자들은 선거 공보물을 꼼꼼히 살펴보고 나라 살림을 누가 꾸려 가야 하는지를 가려내야 한다. 특히 이번 대선은 경제 정책은 뒷전이고 인신공격만 난무하기에 더욱 그렇다. 지난 21일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의 첫 법정 대선 TV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인신공격에 가까운 거친 설전을 벌였다. 당초 토론 주제였던 경제 정책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최근 유세에서 서로를 향해 ‘주술공화국' ‘히틀러' 등 격한 표현으로 발언 수위를 높여 왔던 두 후보가 험한 언사를 주고받았다. 상황이 이런 만큼 유권자들이 더욱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시점이다. 남은 기간 후보의 능력과 됨됨이, 공약의 실현가능성을 뜯어보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표만 노린 ‘아니면 말고'식의 공약이 아닌지, 후보의 정치역정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말만 앞서고 실행력은 떨어지는 사람은 아닌지를 철저히 따져 최적임자를 골라내야 한다. 내 한 표가 유례없는 코로나19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밝은 미래를 움트게 하는 씨앗이라 여긴다면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여러 차례의 선거 경험이 축적돼 유권자의 의식이 많이 성숙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금품수수나 향응이 근절되지 못했고, 비방과 흑색선전의 그늘 또한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특히 인터넷이나 SNS 등 가상공간에서 순식간에 이뤄지는 비방과 중상모략의 전면 차단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선관위의 엄중한 감시와 기민한 대처가 긴요하지만 유권자의 밝은 눈과 귀만큼 든든할 수는 없다. 선거운동 기간만이라도 똑똑히 보고, 새겨듣고, 지혜롭게 판단해야 한다. 국민 선택이 끝난 뒤 뒤늦게 교언영색이나 일삼은 엉터리 후보를 찍은 손가락을 원망해 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국민이, 유권자가 제 역할을 못 하면서 차기 대통령에게만 제 역할을 요구할 수는 없다. 정치의 씨앗을 제대로 뿌려야 한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