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납북어부 간첩조작 규명은 공권력 신뢰 회복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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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가 동해안 납북귀환어부 간첩조작사건에 연루된 피해자에 대한 직권조사에 나선다. 이번 결정은 2020년 출범한 2기 진실화해위원회의 첫 직권조사이자 2005년부터 2010년까지 활동한 1기를 포함해도 사상 최대 규모다. 대상은 1965년부터 1972년 사이 납북됐다가 귀환한 선원 총 982명(109척)이다. 이들은 귀환된 이후 군(軍), 중앙정보부, 경찰 등으로 구성된 합동심문반에 의해 불법적인 구금 상태에서 부당한 심문을 받고 국가보안법·반공법·수산업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았다. 이후 수년간 가족들까지 수사기관으로부터 지속적인 사찰을 받기도 했다. 납북어부 인권침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진상규명이 시작된 만큼 억울했던 피해자들이 명예를 되찾고 원을 풀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진실화해위원회는 납북귀환어부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진실규명을 위한 사상 최대 규모의 직권조사 결정과 관련해 “납북귀환어부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위법·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인한 중대한 인권침해를 반성하고 무너진 공권력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킨다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사정리법 제1조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밝혀냄으로써 민족의 정통성을 확립하고 과거와의 화해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국민통합에의 기여'에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진상규명은 과거 문제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더 나은 미래로 향하는 길이라는 의미다.

국가 공권력에 의한 인권유린과 사실 은폐·왜곡을 낱낱이 밝히기 위한 절차가 이제 시작됐다. 과거사의 비극을 안고 사는 피해자들의 억울한 삶이 더 이상 묻혀서는 안 된다. 이번 직권조사는 과거 프로젝트가 아니라 미래 프로젝트다. 진정한 화해를 통해 국민통합을 이루는 주춧돌이 되기 바란다. 실효성 있는 조사를 통한 진실규명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계기로 피해자들과 유족들의 오랜 고통과 한을 풀어주는 동시에 더 나은 인권 국가로 가는 초석을 다져야 할 것이다. 국가가 위법한 공권력을 앞세워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다. 국가범죄는 국가가 책임진다는 원칙을 바로 세우는 게 과거사 청산의 요체이자 미래 세대에게 전해야 할 메시지다. 국가가 잘못했다면 국민에게 사과할 줄 알아야 한다. 위원회가 진실규명을 통해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대한민국을 보여주고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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