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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맹탕 저출산 대책으로 ‘인구 절벽' 막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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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마지막 법정 TV토론 알맹이 없어

“주택·보육·교육 부담 등과 연동해

국가·자치단체·지역사회·기업, 협력해야”

우리의 미래에 가장 심각한 도전은 저출산이다. 연 40만명이 넘던 출생 건수는 2020년 30만명 선이 무너진 27만5,815명을 기록하며 사망자 수보다 출생자 수가 낮은 데드크로스(Dead cross)가 처음 발생했다. 지금 이대로라면 잠재성장률 저하, 총부양비 증가, 복지 시스템 동요 등 우리 사회 전반에 심각한 부담을 초래할 것은 불 보듯 하다. 문제는 그간 저출산 대책에 쏟아부은 천문학적 재정에 비해 효과는 참담하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에서 저출산 정책이 시작된 것은 2005년이었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다. 최근 5년만 해도 무려 150조원에 달한다. 2020년 한 해 정부와 자치단체는 45조원을 풀었다. 신생아 1인당 1억6,300만원꼴이다. 그래도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최장기 초(超)저출산국이다. 지난 2일 여야 대선 후보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마지막 법정 TV토론에서 내놓은 저출산 대책을 보면 이런 인구 절벽의 위기감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원론적인데다 재탕식의 대책에 지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과거에는 현실이 어려워도 아이를 낳았는데 이유는 단순하다. 나보다 우리 아들딸들이 더 잘될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희망이 사라진 게 구조적 핵심 문제이고, 삶의 현실이 너무 팍팍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출산율을 높이려면 일자리 확대나 임신·출산 지원도 필요하지만 지나친 경쟁 사회구조가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저출생의 원인은 여성 문제가 아니라 불평등이다. 출산 인센티브만 가지고 해결될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저출산 원인은 젊은이들이 일할 수 있는 좋은 직장이 없고, 주거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정책 환경을 무시하고 그동안 제시됐던 대책을 재탕 삼탕식으로 나열하는 데 그쳤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저출산 문제는 주택 문제를 비롯해 보육·교육 부담과 맞닿고, 궁극적으로 좋은 일자리와 연동돼 있다. 가사분담과 출산·육아휴가 확대, 학제 개편 등을 통한 교육비 경감 노력과 함께 고용 확충에 정부 정책과 자치단체 행정의 초점을 맞추는 게 정답이다. 국가의 제반 지원 정책을 수립·평가할 때도 반드시 출산율과의 관련성을 따져봐야 한다.

문제는 또 있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가 대도시지역으로의 인구유입과 지방에서의 인규유출이라는 현상이 결부돼 지역에서 보다 빠르게 전개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미래에 대한 심각한 지역 간 불균형을 초래한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이미 이러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정주여건의 개선에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다. 이제는 중앙정부 주도가 아니라 자치단체와 지역사회, 그리고 기업이 협력해 ‘지역밀착형 저출산 대책'을 수립하고 집행을 해야 저출산 문제가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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