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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동해안 산불 재앙, 人災 줄이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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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피해를 입힌 동해안 초대형 산불의 원인이 인재로 귀결되고 있다. 강릉시 옥계와 동해시 일대를 태운 산불은 한 주민이 자택과 인근 빈집에 토치로 불을 지른 게 산으로 옮겨붙은 것이라고 한다. 경북 울진에서 발화해 삼척으로 번진 산불도 인재로 추정된다. 불이 보행로가 없는 왕복 2차로 옆 배수로에서 시작된 점으로 미뤄 누군가 무심코 버린 담뱃불이 낙엽에 옮아 붙었을 가능성이 제기된 뒤 경찰이 의심 차량들의 정보를 확보했다. 인근 CCTV 영상에는 지난 4일 오전 11시7~13분 차량 3대가 차례로 지나간 뒤 연기가 났고 순식간에 산 전체로 불길이 번지는 장면이 찍혀 있다. 경찰은 산불의 최초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곳을 지나간 4대의 차량 번호 등을 파악했다. 물론 산림 당국은 담뱃불뿐만 아니라 자연 발화 등 여러 가능성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산불 재앙의 원인이 인재라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방심이 주범인 셈이다. 그 대가는 실로 치명적이다. 이번 산불로 막대한 산림이 소실되고 삶의 터전이 사라져 많은 지역 주민이 큰 고초를 겪고 있다. 또 산불 진화 업무로 5일 연속 비상근무를 하던 소방관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도 일어났다. 그동안의 산불도 대부분 부주의로 인해 발생했다. 2021년만 해도 산불 653건 중 179건이 입산자의 실화, 89건이 쓰레기 소각, 69건이 논밭 태우기 등으로 인해 발생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실화자 검거율은 41%에 불과하다. 검거돼도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3년 이하 징역에 처하게 돼 있지만 대부분 과태료나 기소유예 등으로 끝난다. 과태료도 평균 184만원에 그친다. 이러니 산불에 대한 경계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차제에 처벌을 강화해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산불은 소중한 가족과 재산, 수십 년간 일궈 온 산림자원을 순식간에 송두리째 앗아 간다. 그러나 매년 3월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다. 산불 취약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산불예방 노력은 부족하다는 의미다. 특히 대책이 소홀하면 곧바로 인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또다시 확인됐다. 더 이상의 대형 재난이 인재에 의해 되풀이되지 않게 보다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산불이 잦고 큰 피해가 집중되는 동해안 지역에 대한 산림정책을 더욱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산불이 날 때마다 땜질식 방안만 나열할 게 아니라 과학적인 감시 시스템 구축 등 근본적인 처방을 내놔야 한다. 그래야 산불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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