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아파트 10채 중 4채 외지인 매입, 원정 투기 대책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아파트 가격이 치솟았던 지난해 강원도 내 아파트 10채 중 4채는 외지인이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입 건수와 비중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실상 도내 부동산 시장이 외지 자본에 의해 왜곡되고 투기가 의심되는 정황이다. 부동산시장분석업체 부동산인포가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매매 거래현황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아파트 매매량 3만508건 중 외지인 매입은 1만2,112건으로 나타났다. 외지인 매입 비중이 39.7%로 2006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가장 많았다. 또 1만934건이 거래된 2008년 이후 13년 만에 1만건을 넘어섰다. 지역별 외지인 매입 건수를 살펴보면 원주가 5,141건으로 가장 많았고 춘천 2,224건, 강릉 1,388건, 속초 1,223건 순이었다.

외지인 아파트 매입 급증 이유로 부동산인포는 아파트 규제지역이 수도권 외곽까지 확대되면서 인근 비규제지역인 강원도로 투자 수요가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수도권 중심의 고강도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라는 의미다. 수도권의 막대한 유동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자 집값 상승세를 타고 도내로 몰렸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미 고점을 찍고 있는 도내 아파트의 최고가가 계속 오를 정도로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면 피해를 보는 건 내 집 마련의 꿈을 접어야 하는 도내 실수요자들이다. 높은 가격으로 아파트를 매매하게 되니 이윤은 외지인들이 가져가고 피해는 도민들이 입게 되는 악순환이 재현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골몰하고 있는 사이 지역 부동산 시장은 엉망이 돼 가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도 걱정이다. 개발호재 요인으로 도내 부동산 가격이 당분간 상승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원주의 경우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조성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강릉은 KTX, 속초는 춘천~속초 동서고속철도 연장 등 교통망 확충으로 수도권 접근성이 개선되고 있다. 춘천은 레고랜드 테마파크와 역세권 개발 등이 투자 요인이다. 그렇다고 수도권에서 시작된 부동산 바람을 이대로 방치할 수도 없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은 최대한 살리되 ‘투기'라는 병에 걸리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그래야 아파트 시장의 활기가 코로나19로 침체된 지역경기에 기운을 불어넣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 외지인들의 원정 투기는 부동산 거래질서를 어지럽히는 동시에 지역 서민들의 삶을 멍들게 하는 한 요인이다. 투기 목적의 원정 투자를 차단하고 가격 인상 꼼수를 막는 대책이 필요하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