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북 ICBM 도발, 남북관계 격랑으로 빠져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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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이후 4년4개월 만에

비핵화 조치였던 ‘모라토리엄' 깨져

한미안보동맹 더욱 공고히 다져 나가야

북한이 지난 24일 끝내 평양 순안비행장 일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을 동해상으로 고각 발사했다. 고각 발사이긴 하지만 북한이 ICBM을 ‘최대 성능'으로 발사한 건 2017년 11월 이후 4년4개월 만이다. 이로써 2018년 4월 북한이 자발적으로 핵실험장 폐기와 함께 핵실험 및 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겠다고 한 모라토리엄(유예) 선언도 4년 만에 깨졌다. 특히 한미가 북한의 ICBM 도발 재개 징후에 대해 여러 차례 ‘사전 경고'를 했음에도 북한이 보란 듯 ICBM 발사 감행에 나서면서 한미도 강경 대응 기조로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ICBM을 발사하면서 비핵화 의지와 북미 간 신뢰의 상징적 조치였던 모라토리움이 깨지게 됐다. 북한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진전되던 2018년 자발적으로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대표적 실적이었지만 그 성과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한반도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북한은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에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돌연 미사일을 쏘는 등 무력시위를 한 전례가 있다. 북한은 남한의 정권 교체기를 틈타 또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 한미 간의 조율된 대북정책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한미가 북한의 도발이 갖는 위험성에 대한 평가와 대응까지 같을 수는 없다. 북한의 단거리 무기 사정권 안에 있는 우리와 바다 건너 멀리 있는 미국이 느끼는 위협이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우리에게 실질적인 위협에 대해선 단호한 대응으로 북한이 착각에서 깨어나도록 해야 한다. 거기에 미국도 우리와 공동의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게 바로 동맹의 가치다.

우리에게는 경제 못지않게 안보·북핵 문제가 중요하다. 지난 3~4년 동안 정부는 친북정책에 올인하며 대북 유화에 힘썼다.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면서 한미관계는 원만하지 못했다. 한국은 6·25전쟁 이후 미국과 동맹을 기반으로 북한 위협에 대응하며 기적 같은 경제성장을 이뤄 왔다.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해 나가야 한다. 미국 등 서방의 병력 지원 없이 외롭게 러시아군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의 현실은 냉혹한 국제 안보 질서 속에서 ‘동맹'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안보동맹끼리는 한쪽이 무력 공격을 당할 경우 다른 한쪽도 자국의 안전이 위협당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대처하게 된다. 그 존재 자체가 전쟁을 억지하는 강력한 장치다. 동맹이 모든 안보 문제를 해결해주는 만능은 물론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미국과 조약 동맹을 맺은 나라가 전면적 침략을 당한 적은 없다. 우리는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이 여전한 상황에서,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 일본의 군비 팽창으로 야기되는 국제정세 속에 미국으로부터 동맹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받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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