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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근로자 대출도 사상 최대, 가계부채 대책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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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평균 대출액 규모가 코로나19 발생과 주식 투자 활성화로 사상 최대인 4,800만원대까지 불어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일자리 행정통계 임금근로자 부채' 결과에 따르면 2020년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평균 대출액은 4,862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7년 이후 최대 규모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10.3%이며, 액수로는 454만원이 늘었다. 대출 종류별로 주택담보대출이 평균 1,85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증가율은 신용대출이 19.2%(199만원)로 제일 컸고, 주택 외 담보대출이 15.8%(212만원)로 뒤를 이었다.

근로자 대출 증가 원인으로는 코로나19 여파와 주식시장 투자 활성화 등이 꼽힌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로 생활 및 주택 자금 마련 차원의 대출이 늘어난 동시에 주식 시장을 향한 빚투·영끌 등의 요인도 맞물렸다는 분석이다. 연령대별로 보더라도 투자 차원의 주식 시장 참여도가 높은 29세 이하의 대출 활용이 대폭 확대됐다. 실제 29세 이하 임금근로자의 평균 대출은 1,466만원으로 전년보다 29.4% 급증했다. 가장 많은 대출을 보유한 연령은 40대(7,128만원)였지만 29세 이하가 최대 증가율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빚을 내서라도 투자와 생계 자금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많았다.

결국 취직을 해도 부족한 수입으로는 희망이 없다고 느끼다 보니 투자에 뛰어드는 것이다. 살기 팍팍해진 직장인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방'을 노리고 불나방처럼 주식과 비트코인에 몰려가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특히 2030 가운데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족'이 상당한 데다 ‘몰빵', ‘단타' 등 고위험 투자가 많은 것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변동성이 큰 가상화폐 시장은 하루 거래대금이 19조원에 육박하며 과열 논란을 낳고 있다. 청년들이 근로와 창업의 가치보다 주식, 가상화폐 등 한탕주의를 좇는 사회는 정상이 아니다. 국가 전체의 성장 활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부모보다 못사는 첫 세대'로 전락한 청년의 삶을 재구축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

우리 경제의 최대 리스크는 가계부채다. 금융·통화정책 수장들은 올해 가계부채 위험이 어느 때보다 높아질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신용도 낮은 서민과 취약 자영업자에 이어 직장인 부채의 부실 위험도 커지고 있다. 자칫 임금근로자마저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교육·소득·자산 불평등 문제 등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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